한수원, 나는 누가 뭐래도 '탈원전'
신한울3·4호기 ‘1300억 손실처리’
‘건설중단’ 수순 밟는 한수원
공사계획인가 연장결정에도
탈원전 정책 변함없다 판단
막대한 손실, 세금으로 메워야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 사업보고서에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가능성을 크게 보고 그동안 누적돼 온 1300억 원대의 비용을 손실 처리한다고 공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공사계획인가를 2023년 말까지 연장하며 ‘숨통’을 틔워주긴 했지만,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은 전날 게시한 사업보고서 중 연결감사 보고서를 통해 “신한울 3·4호기는 지배기업 이사회의 건설 중단 결정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연결실체는 정부 권고안에 따라 건설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2018년 8월 반기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갔던 비용을 손실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1291억 원이었던 비용은 현재 1347억 원까지 불어났다.
한수원이 산업부의 인가 연장 결정에도 여전히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을 높게 보고 손실 처리한 것은 정부 기존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산업부는 2월 말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2023년 12월까지 연장하면서도 “사업 재개가 아닌 사업허가 취소 시 발생할 사업자인 한수원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원만한 사업종결을 위한 제도 마련까지 한시적으로 사업허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전 산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사업 중단에 따른 향후 소송 가능성 등 부담을 덜기 위해 일단 인가만 연장해 두고 최종 백지화 결정은 차기 정권으로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수원은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이 유보돼 있는 상태다. 건설 중단이 확정될 경우 종료에 따른 손실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메꿔질 전망이다. 한수원도 사업보고서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인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해, 정부는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선 기금 등 여유 재원을 활용해 보전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의 준공을 각각 1년과 9개월씩 연기하기로 하고, 공사계획 변경인가 신청서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내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사업 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신고리 5호기의 준공 일정은 당초 2023년 3월 31일에서 2024년 3월 31일로, 6호기는 2024년 6월 30일에서 2025년 3월 31일로 각각 연장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3240107200301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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