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분양방식 추첨제 → 평가제....건설사들 희비 엇갈려
"‘벌떼 입찰’이 사라지면 해볼 만할 것"
공공택지 분양방식이 추첨제에서 평가제로 바뀌며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벌떼 입찰’이 사라지면 해볼 만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이는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수주가 대형사의 전유물이 된 상황에서 공공택지 사업마저 뺏기면 사업 환경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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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상반기 중에 공공택지 입찰 방식을 경쟁입찰, 수의계약 등으로 다양화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세부적인 공공택지 공모방법·절차·매입기준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3기 신도시는 물론 용산 정비창 부지 등 알짜배기 공공택지에도 적용될 전망이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추첨제 하에서는 일부 건설사가 다수의 계열사를 만들어 낙찰 확률을 높이는 벌떼 입찰 문제가 지적됐던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앞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에 ▲입찰 참여 업체의 임대주택 건설계획 ▲공모리츠 등을 통한 소액 투자자와의 이익 공유 ▲특화설계 등을 평가하는 경쟁방식이 도입된다. 국토부는 올해 공급되는 용지의 36%에 이런 경쟁방식을 적용하고, 오는 2024년에는 적용비율을 60%까지 늘릴 계획이다.
추첨제 공급방식도 존속하지만, 입찰 참여 기준이 달라질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주택건설 실적 등에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공공 임대 사업에 참여한 실적이 우수한 업체에 택지를 우선 공급하거나 가점을 부여한다.
중견 건설사들은 새롭게 도입된 공공택지 공급 방식이 대형 건설사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공모에 참여하려면 건축사사무소 등에 적잖은 초기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는 입찰에 참여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공모 리츠에게 입찰 우선권을 준다는 것은 금융권과 가깝거나 금융 계열사와 연계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에 전적으로 유리한 제도"라고 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여러 제약을 받다 보니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입찰권을 따내는 중견 건설사를 이길 수 없어 공공택지를 받는 것은 거의 단념하고 있었다"면서 "어쨌든 동일한 경쟁 선상에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는 측면이 있고, 금융기관과 협업해 리츠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 경험도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갈리는 만큼 앞으로 국토부가 얼마나 공정한 택지 공급기준을 마련할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 보면 아무래도 대형 건설사가 유리해 보인다"면서도 "그간 건설사가 독점했던 택지개발 이익이 공모 리츠 등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는 특정 업체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세부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또 임대주택만 강조하다 보면 분양주택이 줄어들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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