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AI 기술
설계뿐만 아니라 주거 편리성까지 AI로 제공
AI 관련 인력도 채용하기 시작
지난달 지인 중 한 명이 건설사로 이직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약간 의아했다. 이유는 지인의 전공이 컴퓨터공학이었기 때문이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회사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였다.
그런데 건설사로 이직한 것이 나름 신기했다. 그러나 하는 업무를 확인하니 이해가 됐다. 해당 건설사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부분의 개발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건설산업도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AI에 집중하며, AI 관련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 부분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10월 AI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으며, 지난 12일에는 AI 설계 시스템 개발을 위해 고려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럼 건설사에는 AI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설계
설계는 건설사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설계할 때 ICT 기술을 그나마 많이 활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건물정보모델링(BIM)이 이러한 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BIM은 건물 설계 때 활용되는 프로그램인데, 기존에 도면 설계에 활용되는 캐드(CAD)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캐드는 2차원적 설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면, BIM은 3차원적으로 설계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BIM은 3차원으로 건물을 설계하기 때문에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이유로 BIM은 디지털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 기술 일종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DT는 현실의 정보를 가상세계에 정밀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설계시에 BIM 적용은 여러 부분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게 한다. ICT라는 같은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IM으로 건물을 짓고 있다고 해보자. BIM에는 건물 에너지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로 제공하는데, 이때 건물 에너지성능 평가의 정확성 향상을 위해 AI를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철골구조물을 자동으로 설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해당 기술은 외부환경에 민감한 기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계를 자동으로 해주는 기술로써 작업 시간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기존 작업자가 수일 내 걸려서 설계할 수 있는 작업량을 수 십분 이내로 자동 생성해준다. 그 외에도 도면 이미지를 AI로 자동 읽어내서 데이터로 뽑아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정확도가 85%에서 90% 정도이다.
덧붙여, 최근 호반건설, 현대건설 등 건설사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은바 있는 텐일레븐이라는 회사는 2014년 설립 스타트업으로 지형, 조망, 건축 법규 등을 분석해 아파트 설계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되는 AI
건설사는 BIM을 중심으로 설계 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사의 AI 활용범위는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장까지 투입되고 있다.
지에스건설(GS건설)은 아파트 건설 현장 투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GS건설은 국내 최초 4족 보행 로봇인 “스폿(Spot)”을 건설 현장에 투입했다. 참고로 스폿은 거친 지형에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는 보행 로봇이다.
여기서 스폿의 역할은 현장 데이터 수집하는 것이다. GS건설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사의 간섭 여부 확인, 안전계획 수립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재해 예측 AI 기술을 도입해 현장의 안전을 돕고 있다. 재해 예측 AI는 현대건설이 10년간 누적한 3,900만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기술은 입력된 예정 공사정보를 분석해 재해확률 및 안전지침을 자동으로 산출한다. 이러한 기능은 작업자가 선제적으로 공사 사고 재해를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건설사 차별화 기술로 ‘AI’ 활용
최근에는 건설사가 차별점으로 AI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건설사는 기존에는 시공능력만을 가지고 차별점을 부가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AI를 기술을 활용해 기존 건설사와 차별점을 내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물산을 들 수 있다. 지난 2월 삼성물산은 ‘래미안 인공지능(RAI, Raemian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라이프관을 선보였다. 해당 라이프관은 기존 주거환경에 AI를 적용한 차세대 스마트 주거 기술이다. 삼성물산은 이르면 올해 안에 해당 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RAI에는 여러 AI 기술이 접목돼 있다. 공간에 따라 AI를 각기 다르게 적용했다. 공용부와 세대 내부로 나눌 수 있다. 공용부는 주거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주차장이 이에 해당한다. RAI는 차량번호를 인식해 주거동과 가까운 곳으로 안내하는 ‘스마트 주차유도’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입주민의 배송품을 받아서 이동하는 배송 로봇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그 외 입주민 커뮤니티 시설의 편의성을 위해 각종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안내 로봇, 카페 로봇 등이 그 예다.
세대 내부는 아파트 입주자의 개인 공간을 말한다. 세대 내부의 RAI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데, 취침 환경을 자동으로 구성해줄 뿐만 아니라, 욕조 물도 입주자가 원하는 온도에 자동으로 맞춰준다.
삼성물산만이 AI로 차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건설사가 AI를 활용해 차별화하고 있다.
GS건설은 “자이 AI 플랫폼”을 구축했다. 해당 플랫폼은 카카오, 누구, 지니, 네이버 클로바, 아마존 알렉사 등 AI 스피커와 연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빅데이터 플랫폼 스페인스 스코프(BigData Platform SPACE SCOPE)”는 공기청정시스템과 연동해 실내공기를 최적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외 실별 온도를 최적화하는 서비스와 공용부 이상 여부를 감지하는 기술도 함께 제공된다.
또한, 대림산업은 AI 스피커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계해 집안 내 사물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제공할 전망이다. 포스코건설도 대림산업처럼 AI 스피커인 “카카오”와 연계해 입주민의 편의성을 향상할 계획이다.
이처럼 건설사는 AI를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참고로 AI 적용은 앞서 언급한 범위로 한정되지 않는다. 에스케이건설(SK건설)은 입찰안내서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작업량을 60% 줄이기도 했다. AI가 적용된 건설사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유성민 건국대 겸임교수 dracon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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