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미 러 프랑스와 경쟁

탈원전 최대 약점​

 

    체코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입찰에 돌입하면서 한국 원전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한 것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4기)이 마지막이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원전 강국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 한수원 제공

 

체코 원자력안전국은 12개월간의 심사 끝에 두코바니(Dukovany)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신규 원자로 2기 건설을 승인하는 내용의 면허를 발급했다고 세계원자력협회(WNN)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체코 정부도 그간 수차례 미뤄온 원전 건설 사업에 대한 입찰안내서(RFP)를 발급할 수 있을 예정이다.

 

 

체코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두코바니 지역에 1000~1200MW(메가와트)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만 8조원이다. 오는 2029년 착공, 이르면 2035년 가동이 목표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그동안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 없이는 유럽연합(EU)이 제시한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다.

 

수주전에서는 한국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러시아 로사톰간 4파전이 예상된다. 당초 체코는 중국도 고려했으나, 에너지 안보 위협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이 강해 배제했다. 체코 보안 당국은 같은 이유로 러시아도 수주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그간 체코 정부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입찰 참여를 금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은 전했다. 체코는 최근 러시아에 백신 공급을 요청하는 등 친밀한 외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두산중공업(034020), 대우건설(047040), 한국전력기술, 한전연료 등과 ‘팀코리아’ 입찰전담조직을 꾸려 체코 수주전을 준비해왔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직접 체코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를 하는 등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4일 ‘원전수출 자문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면서 수출 지원에 나섰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일감이 없어져 원전 부품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현지 원전 세일즈에 힘입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미국 등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 산업 부흥’을 선포한 미국이 최근 몇년 사이 원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1월 발표한 ‘원자력 전략 비전’에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차세대 원자로 개발, 원전산업 공급망 확대 등을 통해 원전 산업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원전 지원 정책에 힘입어 미국은 체코는 물론 폴란드, 루마니아 원전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원전 사업의 경우 기업의 기술력은 물론 국가의 외교 역량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측면에서는 미국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전에서 중국을 제외하기로 한 결정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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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수주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하니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중국이 수주전에서 빠진 것은 호재이지만, 러시아 로사톰이 수주전에 참여할 경우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간 러시아와 중국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신규 원전 수주를 독점해왔다. 그나마 체코 정부가 미국과 EU의 압력에 굴복해 러시아의 참여를 제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 유일한 희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입찰 안내서 발급은 러시아와 중국 입찰참여 여부에 대한 체코 내 정치적 이견으로 인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체코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현지 수주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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