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학’이란 명칭, 바꾸는 건 어떨까 VIDEO: What is Civil Engineering?

[정이도 칼럼] ‘토목공학’이란 명칭, 바꾸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 국방백서에서는 일본에 대한 표현을 '동반자'에서 '이웃 국가'로 격하했다. 이는 일본에서 작년 7월에 공개한 방위백서에서 '한국과 폭넓은 분야에서 방위 협력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삭제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말이 주는 힘은 대단했다. 독도 망언을 하는 등 우리나라를 정치에 이용해 온 일본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물론 전략적인 차원에서 끊임없이 자국의 위기를 외부로 돌리려는 방법이겠지만 단어 하나에 경제 대국 일본이 항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차라리 세분화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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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 공학 Civil Engineering

지구를 조각하는 학문으로 불리며, 교량, 댐, 지하철(터널), 도로, 항구, 상수도, 하수도, 치수 등 문명을 창출해 나가는 데 공학 지식을 기반으로 설계/시공/관리하는 공학의 제 분야이다. 


건축학과 종종 비교되며 "건축은 설계, 토목은 시공"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실제로는 건축설계 / 건축시공 / 토목설계 / 토목시공이 각각 있으며 분야와 관점이 확연히 구분된다. 둘의 관점과 분야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토목설계와 건축설계가 다루는 분야도 딴판인 경우가 많다. 또한 토목시공과 건축시공도 들어가는 자재와 장비가 전혀 다르며,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것 또한 다르다.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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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는 가족이나 배우자 같은 느낌인데 '이웃'은 그냥 남이라는 말이니, 일본이 발끈할 만하다. 집에 도둑이 들어왔을 때 가족은 같이 대항해 싸워야겠지만 이웃은 상황에 따라 안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나라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말이고 단어의 힘이다. 이런 유사한 사례가 토목공학에도 적용된다. 형태는 다르지만,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같다. 오랜 시간 토목관련 학회는 토목이라는 명칭 때문에 많이 고민해 왔고, 그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토목공학은 영어로 'Civil Engineering'이다. 시민을 위한 공학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영어와는 다르게 우리말로는 한자어 흙'土(토)'와 나무'木(목)'으로 명명했는데 의미가 전혀 다르다. 게다가 명칭은 일본어의 한자어 표기에서 유래했다.




토목공학은 상하수도는 물론 도시와 철도, 도로를 만들고 교량, 터널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공학이다. 특히나 근래에는 온갖 최신 기술이 융합되며 첨단 공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는 어떤가. 최첨단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토목공학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흙먼지와 소위 노가다, 먼지라는 이미지가 구축돼 왔기 때문에, 시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외면 받는 아이러니 한 이미지를 가져왔다.


지금은 최첨단의 기술력을 갖춘, SOC의 중심에 서 있는 고도의 학문이면서도, 왠지 이름 때문에 아직도 노가다란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목공학은 구조역학, 정역학, 동역학 등 다양한 기초학문을 기본으로 하는 공학적으로는 매우 높은 수준의 학문임에도 말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이오·헬스, 에너지, 가상공학 등 최근에 영어 명칭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영어 의미를 그대로 한국어로 명명해 비교적 세련되고 고퀄리티의 느낌의 다른 분야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고차원적인 분야임에도 그 느낌을 이름이 살리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영문 그대로 사용한 시민 공학이나 시빌엔지니어링이 더 나아 보이기까지 한다. 영어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영어를 활용하니 토목공학이라는 명칭보다는 훨씬 낫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높고 노가다가 아닌 전문 기술자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어쩌면 토목공학이라는 느낌도 고급스럽고 고차원적인 느낌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사회적인 시각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다행인지 최근에는 건설환경, 지구환경시스템, 건설시스템공학, 인프라공학, 건설환경공학 등 여러 대학교에서 토목전공의 명칭을 바꾸려는 추세에 있지만, 이것마저도 부족하다고 본다. 대학교별로 명칭이 통일되지 못했고, 정확히 말하면 토목공학이라는 명칭을 바꾸고 새로 정립할 만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인프라공학과, 사회시스템공학과 등으로 학과 명칭을 바꾼 여러 대학교에서는 신입생의 지원율이 높아졌다는 후문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그 이름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토목공학은 흙과 나무를 연구하는 1차원적인 학문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세분화 하는 것은 어떨까.


대학마다, 그리고 교수마다 특화할 수 있는 교과목이 있다. 같은 토목공학과 교수라 하더라도 전공 분야는 따로 있다. 한 결같이 토목공학의 명칭을 변경할 것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세부 전공으로 나누어 특화하는 방향으로도 도전해 볼 만하다.


댐 공학, 하천공학, 항만 공학 등 세부적인 전공으로 특화하기 어려우면 수리학이나 물 공학이라는 명칭 등으로 통합 특화할 수 있고 공학 분야인 GIS공학과 과학 분야인 지리 정보학의 융합으로 명칭을 정립해 특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슷하겠지만 도시공학과 인프라 공학을 융합해 도시 인프라 공학 전공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커리큘럼을 고민하지 않고 이름으로만 본다면 그렇다.


단순히 명칭만을 바꾸더라도 그 학문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게 된다. 특히 토목공학이라는 명칭은 계속 가져가야 할 것이 아니라 하위학문과 생활과학이나 이과 및 경영 등과 커리큘럼을 융복합해 전문분야라는 인식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계공학에서 세분되어진 자동차공학이 이제는 하나의 분야로 정립되었듯이, 앞으로는 전자공학, 반도체공학, AI공학, 블록체인 공학 등과 같이 명칭을 중립화하는 세부 전문분야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전에 없던 보조공학, 식품공학, 반도체공학 등 다양한 공학의 분야가 꾸준히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화해 놓은 후에 세부 명칭이 정해지면 그 예로, 도로공학에서는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달릴 수 있는 도로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해안항만 공학에서는 해안관광수익 모델 개발과 같은 연구를 할 수 있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도로 공사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달릴 수 있는 도로를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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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짧은 역사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 동안 많은 관련 분야에서 많은 박사가 배출됐고 산학연관에서 두루 두각을 드러내는 인재들도 많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능력이 세계적으로 선두에 있는 사람도 많다.


그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한 후에 인재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발판을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공학 인재가 많아졌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명칭의 정립이다.




너무나 당연시되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대학교는 취업하기 위한 발판이 되는 곳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명칭의 재정립이다. 그것이 발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침략당한 조선이라는 이름을 바꾸고 대한민국으로 변화한 것이 그것과도 같다고 본다.


어쩌면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었기에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고 우리는 대한민국이기에 성장했던 것일 수도 있다.


공학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공학기술 지표는 여러 곳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이것은 비단 토목공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경제학처럼 일본식 한자어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이 마땅히 떠올리기 힘든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이름을 잘 짓는 것만큼 첫 발자국을 훌륭하게 내디딜 방법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걸음을 걸어왔지만 도약을 위한 첫걸음에서 명칭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식 한자어가 정말 많은 곳에서 우리말처럼 사용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루한 명칭들은 그 틀에 갇혀 더 큰 발전을 이끌지 못할 것이다. 자꾸 우리의 것을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는 나라들의 억지스러움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것에서 파생되어 사용되는 말 하나, 단어 하나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글_정이도

(주)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공학저널


http://www.eng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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