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명문 원자력고 결국 '정원 미달'됐다
[단독]탈원전에 코로나까지···명문 원자력고 결국 '정원 미달'
평균 취업률 90% 이상, 기숙사 지원, 수업료 면제, 한수원 등 질 좋은 취업처의 등용문….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이하 원자력고)가 올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신학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10월 신입생 전형에 개교 후 첫 미달 사태를 맞더니, 이달 진행한 추가 모집 전형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경북 울진군에 있는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전경.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원자력고 측은 27일 "지난 18일 신입생 추가 모집 합격자 1명을 발표하는 것을 끝으로, 2021학년도 신입생 전형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원자력고는 올해 신입생 80명을 모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전형에 79명만이 지원했다. 79명 중 1명은 원서 접수 후 다른 학교로 갔다. 즉 모집 정원에서 2명이 모자란 78명의 신입생만 유치한 것이다.
이에 원자력고는 개교 후 처음으로 추가 모집을 했다. 그런데 이달 10일 진행한 추가 모집에서도 1명만 원서를 냈다. 결국 80명 정원에 79명만으로 신학기를 시작하게 됐다.
"한수원·삼성전자 쉽게 입사하는 취업 명문고"
정원을 채우지 못한 원자력고는 그동안 미달이나 추가 모집 사태와는 거리가 먼 학교였다. 중학교 성적 우수 학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경쟁을 해야 입학이 가능했다. 졸업하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한수원이나 한국전력, 삼성전자 같은 질 좋은 일자리로 곧장 취업할 수 있었다.
2013년 개교한 원자력고는 2대 1 이상의 입학 경쟁률을 2017년까지 꾸준히 유지했다. 탈원전 정책이 본격 시작된 2017년 이후 다소 주춤해졌지만 2018년과 2019년, 지난해에도 1.04대 1, 1.6대 1, 1.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추가 모집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 원자력 인재 양성학교인 원자력고는 마이스터고 답게, 수도권 등 전국에서 학생이 몰린다.
올해 정원 미달 원인에 대해 원자력고 측은 "정부 탈원전 정책에다 코로나 19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만영 교장은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원자력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게 사실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세로 거주 등의 문제를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 이런 문제가 미달 사태를 만든 주된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송 교장은 이어 "학교에선 탈원전 정책만 계속 탓하며 망연자실해지고 있지는 않다. 질 좋은 다양한 취업처 확보에 모두 힘을 쓰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마이스터고 졸업생 취업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고는 2019년 원자력 관련 분야만 취업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기존 학과명에서 '원자력'을 모두 뺐다. 원전기계과는 기계과로, 원전전기제어과는 전기제어과로 고쳤다.
원자력고는 일부 학생이 2018년 말~2019년 초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탈원전 정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980279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