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건설입법..."탁상행정 중지해야"
쏟아지는 건설 입법… 현장에서는 '부담' '탁상행정' 볼멘소리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법안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건설 현장에 대한 이해 없는 법안의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관계자들이 지난달 북상하던 제8호 태풍 '바비'에 대비하기 위해 대형공사장 및 노후 주택에 대한 사전점검·정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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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동산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규정을 위반한 시공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형사처벌 하는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11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시공사의 대표이사가 현장의 사고 위험성을 수시로 보고받고 필요 시 조처를 해야 하도록 안전책임을 부여했다.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발주자와 원청 CEO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도 포함할 예정이다.
법안은 또 원청이 안전시설물을 직접 설치하고 건설 현장 안전관리도 원청이 총괄하도록 하는 한편, 발주자와 설계·감리·근로자의 안전 의무도 규정한다. 이 밖에 건설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을 경우를 대비해 건설사업자가 근로자 재해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여당에서는 지난 6월 21대 국회 개원 후 건설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송옥주 의원은 지난 6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건설현장 안전사고의 본질적 원인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건설면허업체 난립과 그에 따른 저임금·고위험 현장 환경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건설근로자의 직종별·기능별 적정임금을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적정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지급한 경우 처벌하도록 했다. 송 의원은 지난 2일에도 건설기계 1인 사업자 등을 건설근로자 퇴직 공제의 당연 가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동법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퇴직공제제도는 법령상 퇴직급여 대상이 아닌 일용건설근로자에게 사업주가 납부한 공제부금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퇴직금이다. 그런데 건설기계 1인 사업자는 건설기계를 직접 소유한 사업자로서, 건설사업자와 전속성도 없고 계약관계도 없는데 공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제도 취지부터 어긋난다는 것이다. 적정임금 제도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최저임금 인상"이라면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와 현장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규제가 건설 현장은 물론 건설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수영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규제로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면 건설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산업안전보건법만 하더라도 외국에 비해 규제 강도가 약하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규제 조항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인 만큼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안전 비용은 이미 산안법상 발주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발주 비용이 계속 늘어난다면 민간 발주자로서는 다른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는 줄어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해외 수주 감소로 먹을거리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안전성 강화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건설산업의 숨통을 트여줄 조치 없이 규제만 강화된다면 향후 경영환경에 대한 우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 의원의 법안을 두고 "대형 건설사의 경우 관리하는 현장만 100여 곳에 이르는데, CEO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건설 근로자를 돕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정작 현장을 도외시한 ‘책상물림’으로 귀결됐다는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부터 공사·작업 용도의 사다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작업용 사다리로 인한 사고 건수가 10년간 3만8859건에 이르는 만큼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이유였다.
건설 현장 근로자 안모(34)씨는 "사다리 사용 시 안전고리를 지급하도록 정부가 보조하면 될 문제를 사다리 사용을 아예 금지해버렸다
"며 "교통사고가 무섭다고 차를 없앤 격이라 현장에선 다들 원망이 대단하다. 사다리를 암암리에 사용하다가 단속이 나오면 숨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사다리 금지령’이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여대야소 지형이 만들어져서 현장을 모르는 탁상물림 조치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유병훈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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