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매각 두고 딜레마에 빠진 두산그룹


'장부가 1조' 두산건설 딜레마…'팔려도 손해'


두산건설 매각협상 결렬…'가격 이견'

'부실 뇌관' 싸게라도 팔아야하지만

장부가 차이만큼 처분손실 반영해야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두산건설은 그룹 유동성 위기의 진앙이지만 그룹이 끝까지 지키자고 했던 '아픈 손가락'이다. 3조원대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이행하고 '유동성 구멍'으로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선 두산건설을 헐값에라도 매각해야한다. 하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면 오히려 두산중공업에 대규모 손실을 떠안겨 헐값에 팔수도 없는 상황이다.


연합 /업다운뉴스


"이번엔 털고 가자"

두산중공업은 대우산업개발과 진행 중인 두산건설 매각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건설 배타적 우선협상자로 대우산업개발을 선정하고 협상을 이어왔지만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시장에서 두산건설이 제값을 받기 힘든 상황이지만 매각 작업을 중단할 수도 없다. 이미 두산그룹은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선 매물로 내놓은 두산건설을 거둬들일 수 없다. 그룹 내에 두산건설을 계속 둘 경우 잠재적인 지원 부담도 커진다.


두산건설이 2010년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지자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살리기 작전'에 나섰다. 지난 2010년 이후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투자한 출연금만 2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작전은 사실상 실패했다. 작년 말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상장폐지하고 완전자회사로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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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 상반기 두산건설 당기순손실은 1685억원으로, 6개월만에 작년 한해 당기순손실(752억원)의 2배가 넘어섰다. 그럼에도 그룹의 지원은 이어졌다. 두산중공업은 올 상반기 두산건설 3909만7774주를 510억900만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두산건설을 팔지 않으면 앞으로도 두산그룹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입장에서 두산건설은 팔리기만 하면 다행인 매물"이라며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을 통해 재무적 이득을 취하기보단 미래의 잠재적 손실을 없애기 위해 두산건설을 이번에 털고 가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부가 1조 두산건설, 실제 가치는?

하지만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헐값에 넘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란게 문제다. 두산건설이 싸게 팔릴수록 두산중공업이 떠안는 손실이 커지는 구조라서다.


지난 6월말 기준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장부가'를 1조686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산건설 보통주 3억2989만7110주(100%) 7458억원, 상환전환우선주 2272만7272주(100%) 3227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이 장부가 이상으로 두산건설을 팔면 문제 없지만, 반대의 경우 장부가보다 싸게 판만큼을 '처분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장부가가 1조원이 넘는 회사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랭하다. 이번 매각협상에서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 매입가로 500억원을 제시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부가에 비하면 거의 '땡처리' 수준이다. 두산그룹이 희망한 두산건설 매각가격도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중공업이 회계 장부에는 두산건설 가치를 1조원 넘게 적어두고 있지만, 정작 '협상 테이블'에선 장부가의 3분의 1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선 두산건설의 매각 작업이 장기간 표류되는 것도 부담이다. 두산건설의 경영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두산건설의 자산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되고 그 손실은 두산중공업이 떠안게 되어서다.


지난 2018년 두산중공업은 42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 이 어닝쇼크의 원인 중 하나가 두산건설에 있었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자산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 6387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만큼을 비용(손실)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손상차손이 많이 발생할수록 손익구조는 나빠지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올 6월에도 두산건설에 대해 1409억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안준형 기자 why@bizwatch.co.kr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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