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해외 먹거리 끊긴 건설사...이젠 업종 관계없이 닥치는대로...ㅣ "해외건설 수주 올해 목표 300억불 달성 힘들 듯"
해외일감 끊긴 건설사…연어 양식, 공구 제작, 고무 생산 나섰다
건설경기 급랭…'새 먹거리 찾기'
삼성물산, 5년 만에 정비사업 복귀
호반건설, 스타트업 발굴 나서
대우건설, 3개 자회사 합병
가로주택정비 등 신사업 추진
‘연어 양식장, 2차전지 재활용, 엘리베이터 설치, 해외 모듈러 주택(조립식 주택) 제작….’
GS건설이 올초 신사업추진실을 신사업본부로 승격시킨 뒤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주택, 토목 등 기존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수주가 어려워졌고, 국내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여전해 일감을 찾기 쉽지 않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연어 양식업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이유다.
GS건설이 참여하는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감도./사진제공=부산시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58ZXVES6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신사업 발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거나 별도 자회사 설립, 인수합병(M&A)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GS건설이다. 올 들어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를 겨냥해 2차전지 재활용 사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모듈러 주택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업체 세 곳을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충북 음성군에 사전제작 콘크리트(PC) 공장 건립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임대와 엘리베이터 사업도 준비 중이다.
GS건설은 지난달 부산시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GS건설은 스마트 양식장을 직접 운영해 대서양 연어를 연간 최대 500t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신사업부문 대표에 오른 오너 4세 허윤홍 사장이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해외일감 끊긴 건설사…연어 양식, 공구 제작, 고무 생산 나섰다
SK건설도 최근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하는 등 조직 개편을 했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10대 추진과제’에 포함된 스마트그린산단사업을 포함해 리사이클링사업 등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그린산단사업은 산업단지를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친환경 제조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SK건설은 또 지난달 세계 최대 건설자재·공구 제작 전문기업 힐티와 공동 기술 개발과 사업모델 발굴을 위해 MOU를 맺었다. 양사는 건설자재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는 합작법인 설립도 협의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고기능 부타디엔 고무 생산’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월 미국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사업을 인수했다. 의료기기, 우주항공, 기능성 타이어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수금액만 약 6200억원에 달했다.
자회사 활용도 잇따라
건설사들은 새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자회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건설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한 대림건설을 지난달 출범시켰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도권 정비사업, 데이터센터, 글로벌 디벨로퍼 사업 등 새로운 일감을 발굴할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푸르지오서비스·대우에스티·대우파워 3개 자회사를 합병한 새로운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은 통합 자회사를 통해 그동안 진입하지 않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사업, 스마트홈 개발 등에 나선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투자에 나선 사례도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드론 제조 및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인 아스트로엑스에 지분 30%를 투자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법인인 플랜에이치를 설립했다. 스마트홈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출입 일감이 줄자 종합상사들이 갖가지 사업에 도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건설업계도 ‘돈이 되는 건 다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택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삼성물산이 올 상반기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권을 따낸 것처럼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코로나19 여파로 59.5로 떨어졌다. 건설 체감경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지난달 77.5로 회복하긴 했지만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돌고 있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수주에서 매출 인식까지 2~3년 차이가 벌어진다”며 “건설 일감이 떨어지기 전에 건설사들이 신사업을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한국경제
코로나로 해외건설 수주 '빨간불'…"올해 목표 300억불 달성 힘들 듯"
상반기 161억 달러 수주, 작년比 35% 증가 '선전'
해외 발주 잇따라 연기…공사비 증액도 불가피
코로나·저유가·중동정세 불안…하반기는 '불투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으로 인해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유가하락, 중동 정세 불안 등이 겹치며 해외건설 시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변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세계 각국이 입국 제한조치를 단행하거나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면서 공기 지연과 발주·계약 연기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업계와 정부가 전망한 연간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계약금액은 6억5407만 달러(약 7771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4억480만 달러(약 1조6700억원)보다 53% 줄어든 것으로, 지난 2005년(4900만 달러)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올해 상반기(1~6월)의 경우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건설사들의 대형 해외공사 수주 낭보가 이어지며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실적은 161억3939만 달러(약 19조109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9억2914만 달러(약 14조1241억)보다 약 35%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주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 1월 56억5000만 달러에서 ▲2월 37억2000만 달러 ▲3월 18억3000만 달러 ▲4월 17억9000만 달러 ▲5월 18억3000만 달러 ▲6월 13억2000만 달러다. 6월 수주액이 1월보다 76.6%나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극심한 수주 절벽이 수주 금액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사 발주도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지난 4월 발주 예정이었던 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공사는 입찰 아예 취소됐고,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도 지연됐다. 또 말레이시아 정부는 주요 신규공항 건설 및 확장사업 추진을 오는 2023년까지 연기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두바이와 바레인 등도 건설 프로젝트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인 중동지역 역시 유가 하락으로 수주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6%(1.06달러) 오른 42.6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가격이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60~70달러는 돼야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외 건설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공사가 중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건비나 공사기간(공기) 연장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귀국한 이라크 건설근로자 중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24일 귀국한 77명이 코로나19 유증상자로 분류되면서 치료 중인 이라크 건설근로자는 총 99명에 달한다.
건설업계는 각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하반기 남은 기간 수주 반등이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주 직전에 프로젝트가 연기됐고,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세계 각국의 발주처들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섣불리 공사를 발주하지 않으면서 하반기에는 해외건설 수주가 더욱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사 지연과 연기 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며 "발주처와 꾸준히 논의하고 있지만, 추가 비용 문제를 두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건설기업의 88%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업 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 이슈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외사업을 수행 중인 건설기업,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업의 88%는 해외 건설사업 수행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하반기 수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목표액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인 3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사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을 기반으로 정부의 조속한 대응 체계 마련이 중요하고, 사업 수행 주체인 기업도 대응 체계를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위원은 "정부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개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팬데믹 대응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입국 제한 등 조치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계약 클레임 법률 자문 지원을 비롯해 해외사업 수행 기업의 코로나19 대응 사례 공유, 코로나19 종식 이후 시장 진출전략 수립과 시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sky0322@newsis.com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