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번 산사태, 태양광 99% 부실공사로 발생" 경북대 토목과 교수
"공익 위해 말하겠다… 산지 태양광 99%가 부실공사, 이번 산사태를 초래"
[최보식이 만난 사람]
태양광 시설 구조 전문가의 폭로… 이영재 경북대 교수
이영재(65)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약속 장소에 캐리어를 끌고 올라왔다. 그 속에는 태양광과 관련된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현장 전문가로서 공익(公益)을 위해 말해야겠다. 산업부는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건 거짓이다. 이번 산사태가 모두 태양광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산지 태양광이 무너져 산사태를 초래한 것은 분명하다."
명시된 사면안정성 검토 실제
거의 안 이루어져
베어진 나무만 232만 그루
(에스앤에스편집자주)
이영재 교수는 "사면 안전성 검토가 됐으면 하루 500mm 폭우에도 산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그는 자신의 전공인 구조공학을 현장 실무 쪽으로 특화한 교수라고 소개했다.
"지방대 교수로 근무하니 중앙에 인맥과 지명도가 없다. 연구개발기금을 따와 대학원생 제자들의 연구비와 생활비를 대주는 게 어려워 일찍부터 현장에 나가 노후화된 아파트·교량·터널 등 시설물의 구조 검토와 관련된 용역을 해왔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MRI 등 첨단 의료 장비로 건강검진을 하는 것과 같다. 현재는 국방부, 한국시설안전공단, 부산지방해운항만청, 대구경북자유구역청 등에서 안전 심의위원도 맡고 있다."
성냥개비 집처럼
―태양광 시설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경상북도는 광역지자체로는 전국에서 둘째로 태양광 숫자가 많다. 지역에서 내가 구조공학 전문가로 이름이 좀 있다 보니, 그동안 태양광 건설 인허가 200여건의 심사에 참여했다.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실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산업부는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를 일으킨 게 아니라, '산사태로 태양광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런 식으로 호도할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비가 오면 기존의 태양광들이 더 많이 붕괴될 거다."
―태양광이 산사태 주범으로 지목되자, 산림청에서 전국 산지의 태양광 시설 802곳을 긴급 현장점검을 했다는데?
"산림청 직원들은 구조공학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아마 배수로 등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괜찮다고 했을 거다."
―이렇게 단언하듯이 말해도 되나?
"전문가로서 말하는 거다. 전국에 있는 산지 태양광은 거의 전부가 부실하게 지어졌다. 정부는 폭우 때문에 태양광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산을 깎아 짓는 과정에서 이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태양광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2018년 경북 청도에서 61㎜ 비가 내렸을 뿐인데 태양광 설비가 국도까지 휩쓸려왔다. 당시 철원에서도 비슷하게 그랬다."
김영근 기자
―재작년부터 산림청은 산지 태양광 시설의 평균 경사도를 25도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했는데?
"경사도가 몇 도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산지 태양광은 경사지를 깎아 계단처럼 평평하게 만들어 짓는다. 그러려면 경사면을 얼마나 깎고 흙은 얼마나 북돋아야 하고, 계단 높이나 수평면 크기를 어느 정도 해야 할지를 안전 측면에서 계산해야 한다. 또 수직 형태의 옹벽을 설치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사면(斜面) 안전성 검토'가 이뤄진 뒤에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장담한다. 전국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중 99%는 사면 안전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니 성냥개비 집처럼 태양광 시설이 허물어지고 쉽게 산사태가 나는 거다."
―태양광이 설치된 경사지의 토질 때문은 아니고?
"토질도 중요하다. 사질토·점질토·퇴적암·경암·연암 등 흙 종류에 따라 마찰각과 단단한 정도, 단위 ㎠당 물을 흡수하는 포화도가 다르다. 이를 감안해 태양광 패널 무게와 받침대 숫자를 계산해내는 게 사면 안전성 검토다. 이번 산사태와 관련해 소위 전문가라는 분이 방송에서 '비가 와서 태양광 바닥의 흙이 흐물흐물해져 산사태가 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
―비가 많이 오면 흙이 흐물흐물해지는 것은 맞는 얘기 아닌가?
"비가 와서 태양광 설비를 한 지표면의 흙이 흐물흐물해진다면 그건 부실공사다. 사면 안전성 검토가 이뤄졌다면 하루 500㎜ 폭우에도 바닥이 흐물흐물해지거나 산사태가 발생하는 일은 없다."
―폭우가 쏟아지면 태양광 받침대의 지반이 약해지지 않나?
"태양광의 받침대는 가로세로 50㎝, 깊이 80㎝ 이상 콘크리트로 고정된다. 받침대 일부는 땅속까지 묻혀 있다. 비가 온다고 해서 토지 침하나 슬라이딩이 생길 수 없다. 게다가 주위에 배수로를 만들어 급류가 한꺼번에 태양광으로 쏟아져 내리게 하지 않는다."
―사면 안전성 검토를 했다 해도, 이번 같은 집중 폭우에 감당해낼 수 있었을까?
"최근 십몇 년 동안 그 지역에서 내렸던 시간당 최고 강수량에 맞춰 토지 침하나 흘러내림에 대한 안전성을 계산한다. 또 초당 30m로 부는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한다. 이런 사면 안전성 검토로 태양광 설치나 옹벽 규모가 결정되는 것이다."
―지자체의 인허가 심사는 어떤 절차로 이뤄지나? 이런 구조적 안전성 문제를 따지지 않나?
"산지나 전답에 태양광 시설을 지으려면 우선 형질 변경을 얻어야 한다. 인허가 심사를 위해 교수, 건축사, 지방의원, 공무원 등 20명 내외로 시(군)계획위원회가 꾸려진다. 심사에 참여해보면 사면 안전성 검토는 요식행위처럼 됐다."
운동권 출신 인사의 돈벌이
―요식행위라는 게 무슨 뜻인가?
"사면 안전성 검토를 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돈도 몇 백만원씩 든다. 이 때문에 설계용역업체는 태양광 모듈 등 기자재의 안전성 검사서를 첨부해온다. 업계 안에서는 이런 검사서 표본이 돌아다닌다. 이쪽 태양광에 인허가 낼 때도 그 검사서를 붙이고 저쪽 태양광에서도 똑같은 검사서를 붙인다."
―사면 안전성 검토가 누락돼도 태양광 건설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건가?
"거의 모든 지자체가 태양광 인허가와 관련해 사면 안전성 검토를 명시해놓았지만, 이를 강제 조항으로 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과 업체 사람들 사이에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사면 안전성 검토가 안 이뤄진 경우에 대해 어떻게 심사했나?
"사면 안전성 검토 없이 산을 깎고 태양광을 짓는 것은 몸 치수를 재지 않고 옷을 맞추는 것과 같은 거다. 구조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반드시 지적한다. 반면 설계용역업체와 아무래도 가까울 수밖에 없는 건축사나 도시계획 전문가는 물타기를 한다."
―물타기라면?
"3년 전 경북 구미시에서 심사할 때, 한 참석자가 '영세한 업체를 왜 애먹이느냐, 가뜩이나 어렵고 규제를 풀자는 추세인데 왜 까다롭게 규제를 덧붙이느냐'고 말했다. 그와 육탄전까지 갈 뻔했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자기 전공 분야에서의 규정만 너무 따지는 걸로 비쳤겠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안전성 쪽으로 과다 설계를 요구한다'며 불만이었다. 내게 찾아와 '심사를 살살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사를 안 하면 몰라도 알고서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심사위원을 하는 동안 여러 번 사업안에 퇴짜를 놓거나, 추후에 사면 안전성 검토서를 갖고 오는 조건으로 통과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지적하면 다음에 사면 안전성 검토가 이뤄진 수정된 계획안을 갖고 오던가?
"그 자리에서 내가 지적한 것과 상관없이 나중에는 대부분 사업 인허가가 났다. 담당 공무원들이 업체 로비를 받아들이거나, 업체들은 내 심사위원 임기가 끝난 뒤 다시 인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구조 안전성과 관련해 따지는 위원들이 없었다고 한다. 산지 태양광은 거의 전부 사면 안전성 검토가 안 된 채 지어져 언제든지 무너질 위험이 있다."
―태양광 발전 승인을 받으려면 에너지관리공단에 안전진단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걸로 미흡한가?
"그 안전진단 보고서라는 게 기자재 안전성 서류 같은 것들이다. 앞서 말한 대로 요식행위다. 에너지관리공단은 해당 태양광 시설의 전력 생산량에 관심 있지, 산사태를 초래하는 구조안전 문제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
―지자체가 앞서서 태양광 설치를 권장하는 쪽인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위해 태양광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니 지자체도 동조 분위기가 있지 않겠나. 태양광 사업자들이 지방을 돌며 '태양광 설치는 노다지'라며 선전해왔다. 농촌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농사짓는 게 어려운데 '태양광만 설치하면 앉아서 매달 몇 백만원씩 번다'고 하면 왜 안 넘어가겠나. 태양광 사업을 하겠다면 땅 주인에게 20년 장기 저리로 은행 대출을 해준다. 어떤 지자체에 태양광 인허가 심사를 가면 하루에 8건이나 올라와 있었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태양광 사업으로 돈벌이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농촌 사람들에게도 태양광이 실제 그런 '노다지'가 됐을까?
"태양광 배터리 교체 등 유지 관리를 해야 하는데 노다지가 될 리 없다. 이번처럼 장마가 두 달 계속되면 태양광을 한 사람들은 완전히 망하는 거다. 다만 태양광 설비를 팔거나 건설하는 업체들은 이득을 봤을 것이다."
베어진 나무 232만 그루
―태양광은 옥상, 축사 지붕, 논밭, 과수원 등에다 설치했다. 하지만 발전 효율이 낮아 사업성을 위해서는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산지가 많으니, 나무를 베고 산지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는 쪽으로 간 것인데?
"사업적으로 해보려면 최소 3000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태양광 모듈 2000개 이상 설치할 수 있다. 여기에 공사용 차량 진입 도로와 옹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모든 공사가 사면 안전성 검토 없이 진행돼 왔다. 이번 폭우로 부산의 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는 옹벽도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부터 산지 태양광이 늘어났다.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그 숫자는 몇 배로 폭발했다. 2017년 이후 3년간 산지 태양광을 위해 베어진 나무는 232만 그루가 넘었다. 훼손된 산지 면적은 4407㏊에 달했다. 태양광은 친환경 에너지로 선전됐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가장 반(反)환경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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