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지뢰' 포트홀, 피해 배상받을 수 있읅까 ㅣ 서울시, 센서 이용 도로 포트홀 복구 효과
장마철 급증한 '도로 위 지뢰' 포트홀… 막막한 피해 배상에 운전자 '한숨'
회사원 김모(35)씨는 최근 서울의 한 도로에서 운전을 하던 중 ‘쿵’ 하는 소리에 놀라 차를 세웠다. 도로 위에 움푹 패인 ‘포트홀(지반침하·Pothole)’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다 타이어가 터진 것이었다. 급하게 블랙박스를 확인했지만, 비 때문인지 전방에 위치한 포트홀이 흐릿하게 찍혀 있어 육안으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도로관리 주체인 서울시에 피해 배상을 신청할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청에 문의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포트홀 피해라는 점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을 뿐이었다. 김씨는 "비 때문에 움푹 패인 포트홀이 잘 안보인데다, 영상도 흐리게 찍혔는데 피해 배상을 못 받을까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 했다.
서울시 도로에 생긴 포트홀. /서울시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폭우의 영향으로 도로 위 포트홀이 많이 발생해 운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배상을 아예 못 받거나, 운전 중 과실 등을 이유로 배상액이 깎이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8월 12일까지 총 286건의 포트홀 관련 피해배상 신청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신청건수(151건) 대비 약 90% 늘어난 수치다. 올들어 단 43일만에 지난해 접수된 신청건수를 넘긴 것이다.
피해배상 신청이 급증한 것은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 곳곳에 포트홀 발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서울에서만 7071개의 포트홀이 발생했다. 지난달 서울시내 도로에서 생긴 포트홀(3149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포트홀은 물기로 도로가 축축해져 결합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중량이 큰 버스나 대형트럭 등이 급제동을 하면서 바닥에 가해진 충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로 곳곳이 포트홀로 움푹 패이면 이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포트홀 같은 도로상 하자로 피해가 발생하면 검찰청에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배상 청구는 통상적으로 배상액이 크지 않고,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수개월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은 한국도로공사나 지방자치단체에 피해배상 신청을 선호한다. 보통 한달 안에 배상금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배상의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민간 보험사의 ‘영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운전자들에게 피해 배상금을 지급해 왔다. 민간 보험사가 처리해주기 때문에 절차가 간소하고 배상액 책정도 국가배상금보다는 많게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로 위에 발생한 포트홀. /연합뉴스
포트홀 사고 피해 신청자 전원이 배상금을 지급받는 것은 아니다. 포트홀로 인한 차량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전국에서 가장 지급 규모가 큰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지급한 포트홀 관련 피해 배상액은 3억8000만원에 그쳤다. 포트홀 관련 151건의 피해 배상 신청이 있었지만, 이중 56%인 86건에 대해서만 배상금이 지급됐다. 블랙박스 영상이 흐려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거나, 보험사 조사 결과 운전자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판명난 경우 등은 배상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서울의 한 도로에서 포트홀 사고로 피해 배상을 신청했다 기각 판정을 받은 박모(38)씨는 "블랙박스 외에는 피해를 입증할 자료를 수집할 길이 없어 인과관계 증명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블랙박스 화질이 너무 나빠 주변차량 블랙박스라도 확보
하려고 해봤지만, 헛수고였다"고 말했다.
포트홀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더라도 100% 전액 배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운전자의 과실 유무 등을 따져 배상액을 감경하기 때문이다.
도로 관리청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운전자가 속도 의무를 준수했는지 여부, 안전주의를 다 했는지 여부 등을 모두 확인해 보상금을 지급할 지와 배상금 규모 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심민관 기자 조선비즈
포트홀 발생 도로 복구에 ICT 활용
서울시, 센서 이용 도로 상태 파악
버스·택시에 실시간 신고 시스템 운영도
서울시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도로를 신속하게 복구하는 사업을 전개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속한 포트홀 발견·도로 복구는 센서를 이용한 도로 상태 파악과 무선통신을 활용한 신고 접수 체계가 있어 가능했다.
최근 장기간 호우로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 포트홀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ICT를 활용해 도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자동측정 장비가 장착된 차량을 이용한 도로포장 상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차량 뒷부분에 장착된 영상, 레이저, 진동감지 센서로 도로의 표면결함(균열, 소파보수 등), 소성변형(바퀴패임), 종단평탄성(승차감)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조사속도는 최대 80km/h에 이른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렇게 수집된 도로 상태 정보는 분석 과정을 거쳐 지수화된다.
서울시 포장상태 지수는 서울시 도로의 포장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수로 균열, 소성변형, 종단평탄성을 고려해 산정한다.
포트홀 탐사장비 및 복구장비/alio.go.kr
10점 만점 기준으로 6점 미만일 경우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 보수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지수화된 도로포장 상태 정보는 포장관리시스템에 저장되고, 포트홀 발생 가능 구간은 선제적으로 정비하게 된다.
이 같은 시스템을 보조하는 것은 실시간 신고 체계다.
서울시는 포트홀·도로함몰 등의 실시간 대응을 위해 도로 사정을 잘 아는 택시·버스 운전자가 도로파손을 실시간 신고할 수 있는 '포트홀 신고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빠른 신고를 위해 이들 택시·버스에 설치된 카드결제시스템의 통신망을 활용, 신고 단말기 버튼을 누르면 신고 일시와 GPS 좌표가 서울시의 포트홀관리시스템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도로포장 작업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신고 내용을 확인 후 포트홀 발생 장소로 출동해 복구를 진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8월 11일 기준 7700여건의 포트홀 발생 신고가 접수됐다"며 "택시·버스 신고, 현장 조사, 시민신고 등을 신속하게 취합해 복구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하 기자 정보통신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