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지도가 바뀐다...궤도 오른 GTX 건설공사
땅밑 40m 지형이 바뀐다, 수도권 들썩
궤도 오른 GTX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운정역 공사 현장은 지하 약 49m 깊이에서 지반을 파내는 중장비로 북적였다. 주위를 둥그렇게 둘러싼 거대한 콘크리트 뼈대가 지하에 세운 콜로세움처럼 보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파주와 동탄을 잇는 A노선 모든 공사 현장에선 이런 수직구(垂直口) 공사가 한창이다. 원형의 콘크리트 벽을 40m 이상 깊이의 아래를 향해 설치하면서 수직으로 지반에 구멍을 낸다.
A노선 수직구 동시다발 공사
“와라” “오지말라” 땅 위는 시끌
역사 인근 아파트 3억원 뛰기도
환승수단, 운임 등 숙제도 쌓여
경기도 파주의 GTX A노선 운정역 공사 현장에서 수직구 공사를 하고 있다. 원형의 콘크리트 벽을 40m 이상 깊이(대심도)로 설치하고 수직으로 지반에 구멍을 낸다. GTX는 대심도를 평균 시속 100㎞, 최고 시속 200㎞로 직선으로 달려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한다. 전 구간에서 수직구 공사가 진행 중인 A노선의 목표 개통 시점은 2023년이다. 전민규 기자
GTX는 40m가 넘는 지하 공간인 대심도(大深度)를 지난다. 지하 20m 안팎을 지나는 일반 지하철과 달리 대심도에서는 직선으로 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GTX가 개통되면 승객들은 기존 전철의 3배가 넘는 수준인 평균 시속 100㎞, 최고 시속 200㎞로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 주요 거점을 드나들 수 있다. 지하철로 77분 걸리던 동탄역에서 삼성역까지의 구간을 19분 만에, 82분 걸리던 인천 송도역에서 서울역까지는 27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2007년 경기도가 기획해 정부에 제안하고 정치권이 ‘꿈의 교통수단’이라 극찬하면서 10여 년간 추진해온 GTX 사업이 최근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 교통난과 서울 과밀화 해소가 최종 목표다. A노선 사업 시행사인 SG레일의 최성철 팀장은 “3% 공정률로 공사 초기 단계이지만 전 구간 수직구 공사로 진척이 빠르다”며 “2023년 (A노선) 개통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와 마석을 잇는 B노선은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수원과 덕정을 잇는 C노선은 이달에서 다음 달 안에 국토교통부 기본 계획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각각 2022년 착공과 2026년 개통이 목표다. D노선 추가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 서울 강동구 등 지자체가 정차역 유치에 나섰다. GTX발 호재에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동탄역 인근 한화꿈에그린은 1년 사이 집값이 3억원 뛰었다.
edited by kcontents
다만 사업이 진척되면서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C노선이 관통할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지하 공사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오래된 아파트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온라인으로 국토부에 대안 선형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거꾸로 GTX 유치 경쟁에서 앞서려는 각 지역과 주민들 간 신경전도 적잖다. 안양시가 지난달 범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해 C노선에 인덕원을 정차역으로 추가해줄 것을 공론화하자, 과천시는 관내로 들어오는 GTX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내기 위해 정부와 각계가 머리를 맞댈 필요성이 커졌다.
다른 우려는 GTX 개통 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다. 초고속으로 무장한 열차이지만 대심도를 지나는 만큼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 환승엔 불리할 수 있다. 여기에 서민 입장에선 다소 부담되는 수준일 것으로 예측되는 운임이 이용률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GTX는 민간 투자 사업이지만 충분한 이용률이 나와야 투자한 기업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며 "정부가 양쪽 모두 고려해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승 동선을 최소화한 환승센터의 적극 구축, 할인율을 적용한 정기 승차권 도입 추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파주=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중앙일보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