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기념관 또 짓는다고?...꼼수건립 들통
[단독]예산200억 들여 ‘제2 노무현기념관’ 꼼수건립
노무현재단이 추진했던 사업
김해시 관광사업 명목 변경
정부·지자체 돈받아 건설중
‘노무현’ ‘기념’ 단어 빠진
‘시민문화체험전시관’으로
333억원 서울 노무현센터와
중복논란 피하려 ‘변칙’ 의혹
재단측 “김해시서 하는 사업”
노무현재단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내 건립을 추진해 온 ‘노무현 기념관’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김해시 관광사업으로 변경돼 ‘깨어 있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이하 전시관)이란 이름으로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금 200억 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가 아닌 문체부와 김해시 주관으로 추진되는 것은 서울 종로구에 333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노무현센터와의 사업 중복 및 예산 낭비 논란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봉하마을에 또… 2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산에서 본 시민문화체험전시관 공사 현장. 전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으로 꾸며져 사실상 노무현기념관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신창섭 기자
28일 문화일보 취재와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김해시는 지난해 10월 전시관에 대한 예산 지원과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김해시 전직 대통령 노무현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명칭은 전시관으로 해놓고 사실상 노무현 기념사업에 이용하겠다는 조례다.
실제 노무현재단 산하 노무현기념관 운영준비팀이 지난 3월 작성한 각종 보고서에도 전시관 정규 프로그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 및 철학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고 명시했다. 노 전 대통령 생가인 ‘대통령의 집’ 관람과 ‘노무현 대통령 바라보기’ 전시 해설 등이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운영준비팀은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와 비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제공 및 지속적 관리’를 사업 목적으로 꼽았다. 전시관 내부 공간도 2015년 노무현재단이 마련한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설계 도안을 거의 그대로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전시관 지하 1층에 노 전 대통령 생애와 철학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장과 대통령 관련 영상을 상영하는 영상관을, 661㎡ 규모의 지상 1층에는 영상관과 북카페, 기념품점 등을 배치할 예정이다.
김해시는 국비 60억 원, 특별교부금 15억 원, 경남도비 18억 원, 김해시비 47억 원, 노무현재단 18억 원 등 총 158억 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노무현재단이 지난해 정기이사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건축 연면적 증가 등의 이유로 인해 최종적으로 215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전시관을 위탁 운영할 곳으로도 노무현재단이 유력하다. 김해시와 재단은 운영위탁을 놓고 면밀히 협의해 온 것으로 재단 내부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됐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노무현 기념관은 대통령 기념사업이 아닌 김해시 사업”이라며 “운영위탁 자격을 얻기 위해 공모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 특별취재팀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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