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호텔건축'
[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호텔건축의 변화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3년 전부터 진행해오던 호텔 프로젝트들이 우연찮게 올해 줄줄이 오픈을 했거나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축과 리모델링 공사 기간의 차이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수원, 라한셀렉트 경주, 라한호텔 전주는 오픈했고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신세계 조선호텔 판교(브랜드 미정)는 오픈 준비 중에 있다. 전 칼럼에서도 몇 차례 오픈한 호텔들에 대한 이야기를 게재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기존에 운영 중인 호텔뿐만 아니라 신규 오픈을 준비 중인 호텔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 입장에서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정의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개월간 진지하게 고찰하는 시간을 갖게 됐고 그 고민들의 일부 공유하고자 한다.
운영방식의 변화
코로나 이전에도 기존 호텔의 운영방식은 OTA, 공유숙박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사업성이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다양한 운영 시스템들이 개발됐고 몇몇 호텔에는 시범적으로 적용됐지만, 기존 호텔 운영방식과의 마찰로 인해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포스트 코로나에서는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호텔 운영 속에 정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셉션은 무인 키오스크로 교체되고 객실에 투숙한 고객들은 모바일 웹을 통해 예약 및 변경, 룸서비스 등을 신청하면 무인 로봇이 상품을 객실까지 전달해 준다. 운영방식의 변경과 더불어 호텔의 부대시설 역시 경계가 흐려지며 레스토랑과 라운지가 통합되고 호텔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테일들의 결합 등 효율성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공간구성이 건축계획에서도 주요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국인 레저 시장의 격화
2013년을 기점으로 내국인들의 호텔 이용 비율은 인당 국민소득의 성장률을 넘어서는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 타깃을 잡기 위해 호텔업계에서는 레저와 연관된 다양한 신조어를 언론에 홍보하면서 수영장을 신설하고, 북카페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어느 시점에 코로나가 종식될지는 예측하기도 어렵고 설사 종식이 된다고 하더라도 국가 간의 교류체계가 정상적으로 복구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텔에서 내국인 레저 타깃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오픈하거나 리모델링 되는 호텔들은 부대시설뿐만 아니라 객실의 구성에서도 내국인 타깃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등급이 아닌 콘셉트
호텔이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가져야 한다는 명제는 호텔을 운영하고자 하는 오너들 모두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설계가 진행되면 어느 순간 이 콘셉트라는 단어는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어떻게 표현할지 정도로 그 의미가 축소되고 만다. 그뿐만 아니라 부대시설에 대한 아이템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본인이 짓고자 하는 호텔이 3성급 혹은 4성급이기 때문에 어떤 시설은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정작 호텔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그 호텔을 이용하면 어떤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등이 선택의 기준으로 바뀌고 있지만 짓고자 하는 측과 이용하고자 하는 측과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최근 새로움을 표방하고 기존의 관성을 벗어나고자 노력한 몇몇 호텔들의 시도들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위생 & 안전의 강화
글로벌 호텔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심리적/물리적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위생 & 안전’에 대한 매뉴얼을 대폭 강화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힐튼호텔의 ‘CleanStay’,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Global Cleanness Council’, 아코르의 ‘ALLSAFE’ 등등 높아진 보건과 안전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다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매뉴얼의 강화 외에도 앞으로 계획되는 호텔들은 고객들이 호텔에 들어서는 출입구부터 객실, 부대시설 등의 이용에 이르기까지 전체 고객 공간들의 위생 및 안전 시스템에 대한 하드웨어 보강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출입구의 자동소독 & 발열 감지 시스템, 공기조화 살균 설비 시스템, 향균 조명기기 등등 기존 호텔 계획 시 고려사항이 아니던 아이템들을 매뉴얼화 해 설계단계부터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통해 높은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준비했던 의료업계를 반면교사 삼아 호텔업계 역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다가올 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는 호텔들만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변화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 부분은 호텔건축 설계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효상 칼럼니스트 hslee1@gansam.com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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