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코레일), 철도 인프라 활동 태양광 추진 ㅣ ‘태양광 지붕’에 파괴된 강원도 지흥동 마을 공동체


한국철도, 철도 인프라 활용한 태양광사업 본격 추진


철도시설공단과 MOU 이어 전국 16곳 태양광발전 시범사업 부지 선정


   한국철도(코레일)가 역사와 승강장 지붕 등 철도 유휴공간을 태양광발전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의 부지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한국철도는 철도인프라를 활용한 태양광발전 시범사업부지로 부산 철도차량기지 등 전국 16곳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부지는 차량정비고 건물 옥상이나 물금역 승강장 지붕, 구미역 옥상 주차장 등 총 면적 16만 1,829㎡에 달한다.

* 시범사업부지 : 부산차량정비단 정비고 등 8곳, 물금·진영·태화강·구미역 등 8곳


철도역사 태양광 조감도/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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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철도는 지난 3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철도시설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부지 개발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기관은 이달 △철도공사는 태양광사업 부지의 활용계획과 운영, 유지보수를 맡고 △철도시설공단은 시설 제공과 사용승인을 담당하는 내용으로 세부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철도시설의 효율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생 협력키로 했다.


한편 한국철도는 철도역 승강장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시공법 특허 등록을 마치고 구조물의 기초설계용역을 완료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에 적극 동참해 관련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한국철도(코레일)




‘태양광 지붕’에 파괴된 강원도 지흥동 마을 공동체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창고형 태양광’ 주거지 파고들다


    마이클 무어는 진보 가치를 옹호해온 유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다. 그가 2020년 4월 21일 선보인 100분짜리 다큐 ‘인간들의 행성(Planet of the humans)’은 놀랍게도 녹색에너지의 환상과 허구를 다루고 있다. 진보 진영 일부에선 무어한테 뒤통수를 맞았다고 불평할지 모른다. 무어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상징되는 재생에너지가 보기만 그럴듯할 뿐 산과 땅과 물을 더럽히고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그는 “태양광 패널로 우리의 미래가 밝아 온다고? 솔직히 망상이다. 왜냐하면 태양광은 재생되어도 태양광 패널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어의 불편한 진실은 설득력이 있고 사실적이다. 무어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환경운동과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은 아예 외면해 버리고 마는 환경운동가들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160가구 산골에 태양광 시설 신청

사업자와 주민대책위 끝없는 충돌

“영감들 떠나야겠네” 조롱 현수막도

2심 재판부, 현장서 실체 파악 필요


지흥동 마을에 야산을 깎아 설치한 4개의 창고. 그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예정이다. 전영기 기자


‘인간들의 행성’은 태양광이 인류의 구원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녹색에너지 사업엔 아무리 예산과 자원이 낭비적으로 투입되어도 상관없다는 정책 당국자들이 봐야 할 작품이다. 한국 역시 광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태양광 열기에 들떠 있다. 갈등과 부작용이 속출한다. 방향이 맞다 해도 과속이 문제다. 숲과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파헤쳐지고 마을 공동체가 붕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강원도 동해시 160여 가구가 사는 산골마을 지흥동도 그런 곳이다. 느닷없이 등장한 ‘태양광 지붕’에 조용한 마을이 분열과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지흥동에 들어서면 동네 야산을 ‘ㄴ’자로 깎아 설치한 15m 높이의 대형 창고 4개를 목격하게 된다. 마을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압적인 구도다. 동네 어디에서도 보일 만큼 넓고 크다. 4개의 창고들은 자로 잰 듯 일렬로 늘어섰고 정남향의 지붕은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솟았다. 경사도가 60도 이상은 돼 보인다. 한눈에 햇볕을 최대한 받을 수 있게 설계된 창고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창고 회사(화인 주식회사, 1심 판결에 따르면 실질적 운영자는 최정희)는 산과 임야를 깎아 내고 2018년 12월 28일 창고의 준공허가를 받은 뒤 불과 열흘만인 2019년 1월 7일 ‘전기사업 허가신청(창고 지붕위 태양광 시설)’을 냈다. 사업자가 창고 고유의 비즈니스 보다 그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달기 위해 창고를 지었다고 동네 주민들이 주장하는 이유다.

 

지흥동 마을은 ‘창고업+태양광 사업’의 실제 운영자인 최정희씨와 최씨에 의해 재산권과 조망권, 주거환경권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63명 주민대책위(위원장 김흥삼)로 쫙 갈라졌다. 최정희씨의 자본과 대책위의 사람이 힘 대 힘으로 충돌하더니 결국 행정심판과 법정소송으로 확전되었다. 지난 수년간 욕설과 위협, 시위와 선전, 고소·고발전이 난무했다.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창고 사업장과 대책위 사람들이 드나드는 경로당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의 인정과 협동은 태양광 창고의 등장으로 박살이 났다.


2m 높이 옹벽에 뚫린 구멍으로 가정집으로 침출수가 흘러 내린다. 전영기 기자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재생에너지의 최대 단점은 전기를 획득하기 위해 요구되는 땅의 면적이 너무 넓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토의 70%가 산림인 한국에서 태양광 사업자들은 산꼭대기를 제거하거나 숲을 잘라내는 게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거지 근처로 들어가서, 살던 주민들과 분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해 있다. 주택과 같은 소규모 건축물의 지붕 위 태양광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일도 대형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업자는 태양 에너지를 팔아 수익을 얻겠지만 인접 주민들은 조망이나 반사광으로 입을 피해를 걱정한다. 집값 하락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지흥동의 경우가 딱 그렇다.



 

지흥동 마을의 고지대 태양광 창고는 토사가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2m 정도의 옹벽을 길게 쌓았다. 그 직접적 피해는 옹벽 바로 밑에 사는 안치경(73)씨 부부가 보고 있다. 반평생을 이 집에서 살았다는 안씨는 “옹벽 위 창고 길에 대형 수송차가 1주일에 한 번꼴로 저녁이나 새벽에 지나다니는데 그때마다 큰 산이 굴러내려 오는 것 같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호소했다. 만성피로, 신경쇠약, 현기증 등이 안씨가 현재 겪고 있는 증상이다. 심장약을 복용하는 안씨의 부인은 차들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했다. 옹벽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침출수가 토질을 오염시켜 100여평 땅의 채소 농사를 중단했다는 게 안치경씨의 주장이다. 반면 옹벽을 건설한 최정희씨는 “붉은색 오염수 얘기는 처음 들어 본다. 안씨의 주장은 일방적인 얘기로 거짓이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창고 회사의 ‘지붕위 태양광 발전허가 신청’은 동해시의 불허가 처분과 강원도의 확정 행정심판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창고 회사 측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동해시를 상대로 ‘불허가 취소 소송’을 내 2020년 4월 23일 승소했다. 1심 법원이 창고 지붕 위 태양광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민들의 반발은 더 심해졌고, 이번에는 동해시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판결 후 동네 한복판엔 주민대책위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플래카드들이 나붙어 있다. 창고 건설과 태양광 시설의 설치를 주도하고 있는 ‘주민 최정희’씨 명의의 현수막이다. 내용은 “경축, 창고 지붕위 태양광 발전사업 재판 승소” “영감들 어쩌나 그렇게 반대하던 창고 지붕위 태양광 발전소 하게 되어서” “지붕위 태양광을 하면 사람은 임신이 안 되고 기형 동물이 태어난다고 하는 영감들은 이 동네에서 살면 안 되겠네” 등이다. 이에 대해 최씨는 “조롱이 문제라면 처벌받겠다. 대책위 소속 주민들이 동네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법규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지는 사업 행위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업자가 1심에서 승소한 뒤 내건 주민대책위 사람들을 비웃는 플래카드. ’영감들 어쩌나“ ’영감들은 이 동네에서 살면 안되겠네“등의 내용이다. 전영기 기자



 

최정희씨가 ‘영감들’로 지칭한 주민대책위 사람들은 단단히 화가 나서 2심 소송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동해시가 낸 항소심에 보조 참가를 허락해 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한 것이다. 2심의 쟁점은 ‘지붕위 태양광’이 “10호 이상 인구밀집 지역에서 500m 안에 발전시설이 입지해선 안 된다”(동해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는 불허 규정의 적용 대상인가, 아니면 예외인가가 될 전망이다. 동해시 운영지침에 따르면 발전시설이 인가에 근접해 있으면 허가를 내줄 수 없다. 그러나 국토부의 다른 지침에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지붕에 부착한 태양광 패널은 ‘건축물의 부속설비’로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동해시 지흥동 마을에 파고 들어온 4개 대형 창고의 지붕에 설치될 태양광은 발전시설로 봐야 하나, 부속설비로 봐야 하나. 창고의 크기와 배열, 지붕의 각도와 지난 4년간 사업자의 행태를 보면 발전시설로 봐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반면 최정희씨는 “처음부터 태양광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태양광 전기사업은 창고를 짓는 중에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추가로 구상하게 된 것”이라며 부속설비임을 강조했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큰가, 아닌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답은 현장이 알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2심 재판부가 지흥동 마을에 직접 나와 창고와 주변 지형 등을 살피면 실체적 진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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