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수학대중화 석좌교수' 영국 워릭대 김민형 교수 Mathematics Institute, University of Warwic Professor Minhyong Kim
세계 최초 '수학대중화 석좌교수'가 말하는 AI시대의 수학
“세상을 바꿔나가는 혁신 기술로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야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I와 빅데이터가 바꿔나갈 세상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의 밑바탕에는 고등학교 때 기초를 배우는 미적분학, 벡터가 있습니다. 이처럼 수학은 세상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대중화 석좌교수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바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데 수학대중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올해 3월 영국 워릭대에서는 세계 최초로 '수학대중화 석좌교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수학자 김민형(57·사진) 교수다. 세계적인 명문대에서 다소 낯선 ‘수학대중화’라는 분야에 석좌교수로 한국인 수학자를 선임한 것이다. 이달 9일 서울 동대문구의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수학 대중화는 AI와 데이터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AI와 데이터가 산업과 일상의 전면에 나선 시대에, 이미 수학은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와 AI를 혁신하고 있는 정보이론에 위상수학을 도입한 ‘위상적 정보이론’이다. 예를 들어 인체의 세포는 내부의 2만 개 유전자가 각각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따라 종류가 결정된다. 이런 세포가 100만 개 모여 있다고 하면, 이를 직접 실험이나 계산을 통해 분석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하지만 위상수학을 도입해 ‘모양’으로 분석하면 다르다. ‘2만 차원의 공간에 100만 개의 점을 찍어놓은 것’으로 표현한 뒤 위상적 정보이론을 활용해 점이 모인 집합의 모양을 분석하면 생물학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눈이 내린 영국 워릭대 수학과 지만빌딩 Zeeman Building in snow - University of Warwick Mathematics/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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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나르 칼슨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이런 방법론을 AI 분석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아야스디라는 기업을 2008년에 창업했다. 아야스디는 1억 달러(1204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차세대 구글’로 지목할 정도로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김 교수는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정보로 표현되는 시대에는 세상의 변화 중심에 수학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과학대중화가 널리 유행하고 있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 놓인 수학은 대부분 빠진 채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학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새로 자리를 잡은 워릭대에서 수학과 다른 분야의 연결하는 ‘수학적 세상’이라는 이름의 시리즈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광학이 르네상스 시대 미술에 미친 영향, 17세기 멕시코 시인의 시에 나타난 수학에 대한 통찰, 미국 시인이 수학자의 전기를 쓰게 된 사연 등을 다루고 있다”며 “수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 워릭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 홈페이지/https://warwick.ac.uk/fac/sci/maths/people/staff/mki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기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수학 강좌도 6월부터 열고 있다. ‘배우자를 찾는 방법’, ‘민주주의 가능성과 한계’, ‘조화와 부조화’ 등 주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8월부터는 새로운 교육 실험도 진행한다. ‘길거리에서 배우는 수학’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개설해 누군가 특정 주제에 대한 강연을 요청하면 요청자의 수준과 배경지식에 맞는 맞춤형 강의를 제공한다. 수업료는 모두 개발도상국의 교육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수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더 빠르게 수학적 지식을 대중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다양한 수학대중화 활동 모델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영준 기자 jxabbey@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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