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먹여 살리는 건축물


[한은화의 생활건축] 도시를 먹여 살리는 건축물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를 2018년 서울에서 만났을 때다. 도쿄올림픽의 주 경기장을 설계한 이다. 거대한 주 경기장을 나무로 짓겠다고 해서 화제였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던 그는 곧장 또 다른 나라로 간다고 했다. 짐은 단출했다. 까만 스포츠 가방이 전부였다. 그는 “2주 정도의 여행은 저 가방만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스타 건축가의 여행법이었다. 구마 겐고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해외에서 만난 스타 건축가들의 짐은 늘 놀랄 정도로 간소했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잘 지은 건축물이 관광객을 모을 수 있다는 ‘빌바오 효과’가 스타 건축가의 여행 시대를 열었다. 1997년 스페인의 공업 도시 빌바오에 문 연 구겐하임 미술관(사진)이 인구 40만의 도시에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사건이었다. 종잇장처럼 마구 구겨놓은 듯한 미술관은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이후 세계에는 국제설계 공모전 붐이 일었다. 빌바오 효과를 얻고 싶은 나라들의 스타 건축가 섭외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덕에 스타 건축가들의 현장은 세계 곳곳이 됐다.

 

하지만 튀는 외형만이 건축물의 성공공식은 아니다. 튀든 조화롭든 잘 짓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내용이다. 아무리 멋진 건축물이라도 안에 담고 있는 콘텐츠가 부실하다면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구겐하임 미술관




2017년 개관한 서울 정동의 국토발전전시관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하루 평균 관람객이 197명밖에 안 된다고 지적받았다. 국토교통부가 188억원을 들여 지은 결과였다. 사람들이 왜 안 가는지는 가 보면 바로 안다. 국토발전사를 전시해놨는데 댐의 용량, 도로 길이 등이 수많은 패널에 그냥 적혀 있다.


최근 국토부는 세종시 박물관 단지 안에 지어질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제설계 공모 공고를 했다. 도시건축박물관으로써 세계 최대 규모다. 착공은 2022년, 완공 날짜는 2025년으로 정해져 있다. 지난해 말 단일 건축물 프로젝트로 최초로 공공건축가를 선임해 건물이 잘 지어지고 운영될 수 있게 기획하는 팀을 꾸렸다. 공공건축가인 전숙희 소장(와이즈 건축)은 전시·교육·연구를 아우르는 생동하는 박물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공모전을 통해 좋은 건축가가 뽑혔으면 좋겠다는 그의 발 동동거림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공공건축물 프로젝트는 기획시간이 늘 부족하다. 달리면서 옷 입게 한다. 900억원을 들여 짓는 만큼 누군가의 세레모니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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