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넘기면 월성 2~4호기 멈춰선다..."정부 판 잘못짰다" 재검토 위원장 사퇴


월성원전도 멈춰서나…"정부 판 잘못짰다" 재검토 위원장 사퇴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맥스터 증설과 관련한 시민 의견 수렴을 해야 하는 위원회의 수장이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오며 사퇴했다.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공론화 논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맥스터 증설이 늦어지면 월성 2~4호기를 멈춰 세워야 할 수도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서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부가 판을 잘못 짜"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탈핵 진영이 빠진 공론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론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애초 판을 잘못 짰다"며 "현재의 재검토위를 해체하고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핵 시민단체를 포함해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논의 구조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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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토위는 원전 가동에 따라 생겨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수립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재검토위를 지난해 5월 출범시켰다. 정 위원장은 당시 취임했다.

 

월성 원전 맥스터 추가건설 찬반 울산 북구 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7일 울산시청 앞에서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투표에는 울산 북구 주민 5만479명이 참여했으며 4만782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투표는 탈핵단체, 시민단체 등이 투표관리위원회를 꾸리는 등 민간 주도로 시행해 법적 효력은 없다. 연합뉴스


재검토위 위원의 추가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 위원장은 "이틀 전(24일) 재검토위 회의에서 공론화를 계속할지 논의한 결과, 당시 참석 위원 9명 중 6명이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와 의견을 같이 한 나머지 2분도 사퇴를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며 “산업부가 아닌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운영해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중립적인 전문가로 구성"

산업부는 정 위원장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산업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공정한 의견수렴 관리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사례를 참조해 중립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또 “탈핵 관련 시민사회계가 적극적으로 공론화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며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공론화 과정에 참여를 거부하고 토론장 밖에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라 나머지 위원 중 새 위원장을 선출해 공론화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그간 위원회가 결정한 원칙에 따라 시민참여단 구성 및 숙의 절차가 이미 진행되는 만큼 의견수렴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맥스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8월 넘기면 월성 2~4호기 멈출 수도

이미 주민 반대 등으로 공청회가 세 번 연기되는 등 공론화는 진척이 매우 더딘 상황이었다.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재검토위마저 파행을 겪으며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논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달 21일 재검토위는 “맥스터가 2022년 3월 포화상태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증설 작업에 19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8월 중 증설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한국수력원자력 측 의견이다. 논의가 지연돼 맥스터 증설이 늦어지면 최악의 경우 월성원전 2~4호기를 멈춰 세워야 할 수 있다. 월성 2~4호기는 대구ㆍ경북 지역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9%(지난해 기준)를 생산하고 있다.

세종=하남현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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