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철도 모두 땅 밑으로 들어가려나..."부동산업계 술렁"
땅 밑으로, 밑으로...'도심 철도 지하화' 추진에 술렁이는 부동산
국토부 '경인선 지하화' 용역 발주
재원 조달ㆍ지상 부지 활용이 관건
전국 곳곳에서 철도 지하화 사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음ㆍ분진 등을 일으키는 '애물단지' 철도를 땅 밑으로 넣고 그 빈 땅을 지역 개발에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거대 공사 비용을 만회할 수 있는 수익성 확보 방안은 과제로 남는다.
경인 Express 및 경인선 지하화 단면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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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서울과학기술대 산학협력단에 '도시재생과 경인선 철도시설의 효율적 연계 방안 사전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인천 중구 북성동1가 인천역에서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역에 이르는 경인선 27㎞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에 대해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사업 추진 여부는 용역이 마무리되는 내년 말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부선ㆍ경원선ㆍ4호선 등 잇단 추진
국토부가 이번 용역에 나선 것은 지상 철로로 지역 발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원성 탓이다. 경인선이 지나는 서울과 인천, 경기 부천시 등에선 철로가 지역을 가르고 있어 유기적인 지역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 지역 주민도 열차 운행 소음과 분진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이번 용역도 이들 지역 출신 의원이 관련 예산을 반영해 성사됐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서 지하화 공사 자체 못지않게 중요한 건 기존 지상 철로 부지 활용 방안이다. 지하화 공사에 들어가는 재원을 조달하려면 지상 부지 개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경인선 철로 주변 지역 재생 방안을 묻는 말에 "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이 돼야하는데 이 문제는 비용 부담이 굉장히 커서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답했다. 지역 주민이 원하는 것도 궁극적으론 기존 철로 부지 활용을 통한 지역 발전이다.
2016년 경인선 주변 지자체가 발주한 '경인선 지하화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연구 용역'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구로역에서 인천 동구 창영동 도원역까지 24㎞ 구간을 지하화하면 지상 부지를 약 10조 원에 민간에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하화 비용으로 추산된 6조 원보다 4조 원가량 웃돈다. 수도권 도심에서 개발 가능한 부지가 줄면서 빈 땅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하화 재원을 조달하려면 지상 부지에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지어 민간 투자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까진 녹지 조성을 원하는 여론이 많다. 주민들 입장에선 녹지가 늘어나면 좋지만 그렇게 비용 회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하화를 추진하는 철도 노선은 경의선뿐 아니다. 지상 철로가 있는 지자체면 곳곳에서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선 수도권 전철 1호선 경부선(금천구청역~서울역)과 경원선(청량리역~도봉산역), 2호선(한양대역~잠실역), 4호선(창동역~당고개역) 등을 중심으로 시(市)와 자치구에서 군불을 지피는 중이다. 비(非)수도권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부산역 지하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경의선 숲길' 조성 선도적 사례로…시장 자극 '인근 땅값 급등' 우려
이 가운데 부동산 시장을 흔들 잠재력을 갖춘 프로젝트론 1호선 용산역~서울역 지하화 사업이 꼽힌다. 용산역ㆍ서울역 개발사업과 맞물려 있어서다. 서울시는 철로를 지하화하고 남는 땅에 공원과 상업시설, 전시ㆍ컨벤션(MICE) 시설 등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용산역ㆍ서울역 개발과 맞물리면 신도심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국토부는 이 같은 구상에 미온적이다. 지하화 사업에 드는 비용이 적잖은 데다 이 같은 사업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서다.
경의선 지하화는 국내에서 철도 지하화의 선도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0년 경의선 가좌역에서 효창공원역을 지하화하면서 서울시와 함께 기존 철로를 '경의선 숲길'로 공원화했다. 공원에 사람이 몰리고 여러 점포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도 들썩였다.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경의선 숲길 인근에 자리 잡은 공덕역과 홍대입구역 일대 땅값은 지하화 이전보다 각각 59.1%, 134.4% 상승했다. 지나친 부동산값 급등이 문제가 됐을 정도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상철을 지하화하면 이점이 많지만 지하화의 기회비용이나 투자 회수 방안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화 기자 pbell@etoday.co.kr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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