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관제사難'..."안전운행 비상'

[단독]열차가 위험하다…도시철도 '관제사難'에 사고위험 노출


작년 신규 유입 15명뿐…서울교통공사 '0명'·대전철도공사 '1명'

교육 위탁기관 코레일도 40명쯤 부족…수급 불균형에 불확실성도 커

열악한 처우·근무환경에 '기피'…국토부는 '기본현황'조차 파악 못해


    철도 운행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제사의 신규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다. 특히 고속철도보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인력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관제사를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처우 개선은 물론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1호선 전동열차가 탈선된 채 멈춰서 있다. 김범준기자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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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토교통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철도현장 안전관리시스템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교통 관제에 필요한 관제사 수급 불균형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관제사 자격증 현황을 보면 2018년 기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에스알(SR),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국철 449명, 공항철도㈜ 등 민자철도 109명, 도시철도 852명 등 총 1555명이다. 하지만 이들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관제업무를 보지 않고 있다.




관제는 국가사무인데도 그동안 주먹구구로 운영되다 지난 2015년 자격증이 제도화됐다. 현장에는 2017년부터 본격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관례로 열차를 모는 기관사가 열차 운행에 관해 잘 안다는 이유로 관제업무를 곁다리로 맡아온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관제사 자격증 도입이후 자격증 없는 기관사는 관제사 업무를 볼 수 없게 됐고 부수적으로 관제업무를 봐오던 기관사들도 수당을 더 받는 기관사로 복귀해 현장의 관제사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새 관제사 자격증 발급이 15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코레일 직원이다. 도시철도쪽으로는 신규 관제사 유입이 가뭄에 콩나듯 한다는 얘기다.


수도권 전철과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새로 자격증을 딴 직원이 1명도 없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총 282명이 관제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관제업무를 보는 인력은 48.9%인 138명이다. 현재는 수도권전철과 서울지하철 관제 인원이 각각 69명으로 4조2교대를 위한 정원(60명대 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존 기관사들이 관제업무로의 전환을 꺼리는 데다 신규 관제사 보충마저 원활하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 관제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관제사 1명이 추가됐다. 관제사를 확보하려고 기관사 2명을 교육 보냈지만 1명만 자격을 얻었다. 대전철도공사에는 총 44명이 관제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나 관제업무를 맡는 직원은 36.3%에 그친다. 대전철도공사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받은 트램이 도시철도 2호선으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최소 16명의 관제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규 관제사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대전철도공사 관계자는 "지금은 간신히 순환근무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2호선이 생기면 (관제사가) 부족하다"면서 "관제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채용할 때 우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제사가 부족하기는 관제사 교육을 정부로부터 위탁받고 있는 코레일도 마찬가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코레일에서 필요한 관제사 적정 규모가 346명쯤인데 현재 현장에는 40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관제 교육 위탁기관인 코레일조차 현장 인력이 10% 이상 부족한 처지인 셈이다. 관제업무를 함께 봐오던 기관사들이 국가자격증 도입이후 대거 기관사 업무로 되돌아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기관사 출신 관제사가 줄어드는 현실"이라며 "관제실 내 다양성이 약화해 긴급대응 능력이 감소할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관제업무를 보조하던 기관사들이 관제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은 관제사 처우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많다. 한 도시철도 운영사 관계자는 "기관사는 승무수당을 받고 관제사는 기술자격증 수당을 받는다. 순수하게 수당만 놓고 계산해보면 관제사가 기관사의 50% 수준"이라며 "반면 기관사는 자신이 모는 열차만 신경 쓰면 되지만 관제사는 운행중인 다른 열차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다보니 항상 긴장해야 하고 이로 말미암은 심리적 부담감이 적잖다. 관제사를 꺼리는 이유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철도사고·장애에 대한 관제사의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관제사가 간접원인으로 밝혀진 사고에서도 중징계가 내려지고 있고 최근에는 해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원덕~양평 시험운전열차 충돌사고는 관제사 책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피의자로 입건돼 재판이 진행 중이며 벌금과 과태료 등 부가 항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숙소·휴게실 부족, 근무지인 관제동의 공기질 불량 등 열악한 근무환경도 관제사 기피를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한국교통대학교가 코레일 관제사를 대상으로 한 관제업무 만족도 조사를 보면 관제업무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84.3%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책임사고 불안감(43.8%), 근무환경(32.6%), 연봉(11.6%) 등을 꼽았다.


 

지하철 1호선 탈선 사고가 벌어진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 철로에서 한국철도 관계자들이 선로 복구 및 탈선 열차 이송 준비 작업을 펼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보고서는 관제사 수급 방안으로 관제사를 관제원(단순 관제)과 전문관제사(사고 대응)로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관제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과과정 설립 지원, 항공대 관제학과 수준의 '철도관제학과' 설립, 처우·근무여건 개선, 심리적 안정 지원 등을 제언했다.


관제사 부족은 철도 안전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철도전문가는 "지난 11일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4호선 상계역 추돌사고도 일단은 신호기가 고장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호 시스템이 모든 걸(안전을) 담보하진 못한다"면서 "기관사와 관제사가 통신으로 서로 물어보기만 했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장에선 관제사 수급 불안을 걱정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국토부는 만만디 행보를 보인다. 국토부 담당부서인 철도운행안전과는 기본적인 철도운행기관별 관제자격증명 보유 현황조차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각 철도운영사의 적정 관제 인력이 어느 정도 규모이고, 몇 명이 부족한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산하기관인 코레일만 유일하게 인력 수급 현황을 아는 정도다.


심지어 뉴데일리경제의 취재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을 통해 받았다는 인력 현황 통계도 부정확했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현재 기준으로 관제자격증명 소지자가 총 1692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관별 현황을 보면 현장과 괴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자격증 보유자가 총 301명이라고 밝혔지만, 서울교통공사 확인 결과 총 28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 1곳에서만 19명이 차이 났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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