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반대 높은 해상풍력...보상금만 56억, 7兆 규모 풍력사업 추진
[단독]해상풍력 보상금만 56억…정부는 7兆 규모 풍력사업 추진
소음·조업제한 등 이유로 주민반대 높아
"고령의 어민들, 노후 위해 보상금 받아"
국내 기술 부족…작년 신규 발전기 100% 수입
고비용·저효율 단점…지역편중성 문제도
전북 고창군 구시포항에서 약 10㎞ 떨어진 바다에 세워진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이곳은 한국전력과 6개 발전 공기업이 공동 추진한 60㎿ 규모 풍력단지로 사업비만 약 3662억원이 소요됐다. 이 중 인근 어민 등 주민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56억원, 총 491건에 이른다. 풍력발전 시설이 들어서 주변 어업 활동이 제한되는 것에 따른 보상이다. 고창ㆍ부안군 등에서 활동하는 어선 1개당 최소 300만원이 지급됐다. 어업량이 많으면 1000만원 넘게 받기도 했다. 고창군의 한 주민은 "고령의 어민들이 많다보니 노후를 조금이나마 편안히 보내기 위해 보상금을 받고 사업을 수용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은 실증단지 이후 시범단지(400㎿), 확산단지(2000㎿) 등 총 3단계에 걸쳐 점차 규모를 넓힐 계획이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보상금 수준도 늘어난다.
우리 풍력기술 이제 막 걸음마 뗀 수준, 해외 설비에 의존해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태양광에 이어 풍력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소음과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풍력발전은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장비를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풍력이 제2의 태양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7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한국수력원자력의 '풍력사업 중점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에 총 3300㎿ 규모의 21개 풍력사업을 추진 중이며 사업비는 총 7조원에 달한다. 이 중 조(兆) 단위 규모의 사업은 전남 영광의 안마도해상풍력(220㎿)과 고흥해상풍력(100㎿)으로 각각 1조1000억원, 1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정부는 지난 2월 풍력발전추진지원단을 발족하고, 사업별로 전문가를 밀착 지원해 풍력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풍력발전은 투자 규모가 크고 불확실성이 높아 대부분 공공기관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육상풍력은 소음ㆍ진동 피해, 경관 훼손, 환경 영향 문제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해상풍력 역시 조업 구역이 줄어들고 주변에 대형 선박이 오가기 어려워지는 등 이해 충돌 문제가 있다. 이처럼 주민 반대가 거세다 보니 결국 정부가 충분한 보상금을 줘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업비에서 보상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수준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도 장기간 주민 반대에 부딪혀 계획보다 2년여 늦어진 올해 초에 준공됐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 2단계 시범단지가 준공을 마쳐야 하지만, 보상 문제 등이 마무리되지 않아 2단계 사업이 언제 착수될지도 불투명하다. 국내 최초 해상풍력인 제주도 탐라해상풍력단지도 주민 반대가 거세 민원 해결에만 10년이 걸렸다..
우리나라 풍력산업 기술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어서 해외 설비에 의존해야 하는 점도 한계다. 세계 최대 풍력 발전기 제조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 발전기가 국내 풍력발전기 설치량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설치된 19만1025㎿ 규모의 풍력 발전기는 100% 외산 발전기였다.
풍력발전은 '고비용ㆍ저효율' 에너지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어렵고, 바람이 많이 불면 순간 공급량이 많아져 과부하가 걸리는 문제가 일어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풍력발전은 풍황 조건이 맞는 강원도나 전남, 경남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있다"며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은 초고압으로 끌어올리기 힘들어 수도권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지역으로 보내지 못하고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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