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연이 2012년부터 매년 발표하던 '글로벌 건설 경쟁력' 순위 올해는 왜 발표 안하나
건기연이 2012년부터 매년 발표하던 '글로벌 건설 경쟁력' 순위 올해는 왜 발표 안하나
순위 추락 감추고 싶어서는 아닌지
결국 중단된 '글로벌 건설 경쟁력' 연구
국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이 2012년부터 매년 발표해온 ‘국가별 건설 산업 글로벌 경쟁력 종합 평가’ 연구 결과를 올해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우리나라 건설 경쟁력 순위가 6위에서 12위로 추락한 상태에서 나온 조치라 논란이 되고 있다.
그래픽=김란희
20일 건기연에 따르면 건기연은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올해는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건기연 관계자는 "일부 지표는 데이터가 매년 업데이트되지 않고, 일부 지표는 지나치게 편협해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면서 "미완성된 모델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개선한 뒤에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보고서가 너무 해외 자료에 의존하고, 일부 지표는 연도별로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지표를 개선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연구모델의 완전성을 갖춘 뒤 공개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고, 올해는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는다"면서 "2020년 건설 경쟁력을 내년에 발표하거나, 혹은 내년에도 지표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2021년 건설 경쟁력을 내후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연구는 지난 2011년 국토부와 건기연이 자체 평가모델을 개발하며 시작했다. 미국 건설전문지 ENR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등의 조사를 기반으로 국가별로 경쟁력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건설 경쟁력 순위를 살펴보면, 2011년 9위로 시작한 순위는 2016년 6위까지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2017년 9위, 2018년 12위로 추락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순위가 떨어지고 논란이 되자 지표를 탓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순위가 추락하자 언론에 연구 결과를 비공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건기연은 지난해 4월까지 전년도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 언론의 정보공개청구로 뒤늦게 우리나라 경쟁력 순위가 12위까지 추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성적이 좋았던 2016년(6위) 순위를 2017년 1월 곧바로 보도자료로 낸 것과 대비가 됐다.
당시 국토부는 ENR의 매출액 지표를 주원인으로 꼽으며 억울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해외수주의 경우 주로 2~3년 뒤에야 매출액으로 잡히는데, 2015~2016년 유가 하락으로 수주가 부진했기 때문에 2018년 순위가 낮아졌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연구에는 2017년 대비 2018년 △국내 건설사들의 정부 지원정책 만족도 감소(52.8점→43.9점) △국내 건설시장의 성장률 감소(2.2%→0.3%)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건기연이 올해 보고서를 아예 발표하지 않기로 하면서 의구심은 더해진 상황이다. 건기연과 국토부는 "순위 때문에 지표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지표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유가 하락과 중동 발주 감소, 저가수주를 무기로 한 중국 건설사들의 공세, 정부 지원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외건설 시장이 어려워졌는데, 정부가 ‘내 탓 아니다’고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성민 기자 조선비즈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