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배터리가 애물단지?...재활용하면...ㅣ "충전·주차 눈치 안보는" 콘센트형 전기차 충전기 나와
전기차 폐배터리가 애물단지? 재활용 길 트면 보물단지
LG화학, 배터리 재활용 열쇠인 수명 예측 기술 개발에 구슬땀
충북 청주 오창 산업단지에 있는 LG화학 신뢰성센터. 최근 찾은 이곳에는 업소용 냉장고처럼 생긴 체임버(충·방전기)가 수십대 자리하고 있었다. 배터리 온도를 설정해주는 체임버의 문을 열자 그 안에는 400㎏짜리 자동차 배터리가 들어있었다. 르노삼성 SM3 차량에서 3년 이상 쓰였던 전기차 배터리다. 체임버 옆 컴퓨터 화면을 보며 각종 수치를 체크하고 있던 LG화학 김정완 연구원은 "폐배터리의 잔존(殘存)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미래 예측 기술을 통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효과적으로 재사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 오창 산업단지에 있는 LG화학 신뢰성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전기차 폐배터리의 잔존 수명을 체크하는 연구를 하는 모습. 배터리,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판매량 증가로 폐배터리 재활용이 사회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한·중·일 기업들이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을 비롯한 일부 업체가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일찌감치 폐배터리 처리 기술 연구에 투자해 향후 '보물단지'가 될 수 있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애물단지 폐배터리, 잘 쓰면 보물단지
아직까지 폐배터리는 애물단지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5~10년 15만~20만㎞를 주행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같은 양의 전기를 충전해도 주행거리가 감소되고, 충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현재 폐배터리 처리는 지방자치단체나 전기차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동차 업체는 600~1000달러를 부담해 폐배터리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폐배터리도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17년 368만대에서 올해 85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2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급증하는 전기차 판매량…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뜨거워진다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는 애물단지인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보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LG화학 김응룡 책임은 "높은 효율을 요구하는 전기차 배터리로선 계속 사용할 수 없더라도 ESS(에너지저장장치), 스쿠터, 킥보드 등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용으로 수명을 다한 뒤에도 70~80%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아직 누구 하나 성과를 내지 못한 초기 단계다. LG화학은 연내 폐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시설 건립을 시작으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전기차 가치 끌어올린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선 배터리 수명을 체크할 수 있는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LG화학 김정완 연구원은 "체임버에 폐배터리를 넣고 전압·전류·온도를 달리하는 등 수천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해보고 있다"며 "반복 실험을 통해 전기 자동차 폐배터리의 잔존 수명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과 과천에 있는 LG화학 배터리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충·방전기의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다른 용도로 재활용한 후에도 '쓸모'가 사라지지 않는다. 재사용한 후에도 폐배터리를 분해해 리튬·코발트·니켈·망간 등 희귀금속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성진우 책임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폐배터리 활용이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선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전기차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율이 30%가 넘는데 이를 이전처럼 다 쓴 뒤 버리는 게 아니라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될 경우, 전기차 생산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LG화학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표준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석남준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7/20200607021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