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 원전에 5조 쏟아붓는 美..."韓기업들, 수혜 가능할까" ㅣ 신재생에너지, "원전 대안 될 수 없다"
차세대 원전에 5조 쏟아붓는 美… '탈원전' 韓기업들, 수혜 가능할까
美 차세대 원자로 개발 속도…"7년 내 첫선"
미국이 원자력 산업 부흥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뺏긴 원전 주도권을 되찾고, 원전 경쟁력을 높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차세대 원전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원전 연료인 우라늄 채굴 광산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원자력 전략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미 에너지부는 이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차세대 원자로 개발 사업에 2억3000만달러(약 284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5~7년 내 미래형 원형로 2기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원자로는 민간 기업과 50대50 협업을 통해 제작할 예정이며, 미 에너지부는 원자로 개발에 최대 40억달러(약 5조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A crane lowers a heavy structure called a top head onto the Vogtle Unit 4 containment vessel in Georgia.
Photo: Georgia Power Co.
Slow, Steady Progress for Two U.S. Nuclear Power Projects Plant Vogtle in Georgia installs more Westinghouse reactors while Oregon-based NuScale awaits final approval of its small modular reactor design Heads Up: A crane lowers a heavy structure called a top head onto the Vogtle Unit 4 containment vessel in Georgia. There are 53 nuclear reactors currently under construction around the world. Only two are in the United States, once the world’s leader in nuclear energy development. And those two reactors represent expansions of a preexisting two-reactor facility, Plant Vogtle in Waynesboro, Ga. View full text https://spectrum.ieee.org/energy/nuclear/slow-steady-progress-for-two-us-nuclear-power-projects |
댄 브룰렛 미 에너지부 장관은 "차세대 원전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 환경 관리에 중요하다"고 했다. 레인 제나토우스키 미 에너지 첨단연구프로젝트 사무국장도 "첨단 원자로는 수백만 미국 가정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청정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자,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원자로는 핵분열을 조절하는 장치로,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기기 중 하나다. 원자로의 설계 유형은 만든 시기와 방식에 따라 구분하는데, 현재 전 세계 대다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원자로는 1960년대 이후 상용화된 2세대 상업용 원자로다. 고리 1·2호기 원전과 월성 원전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 성능을 개선한 3세대 원자로가 1980년대 개발됐고, 1990년대부터 건설된 원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미 에너지부는 기존 원자로보다 안전하고 경제성을 높인 4·5세대 미래형 원자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미 원전업체 뉴스케일파워가 주도하고 두산중공업 (4,560원▲ 570 14.29%)이 참여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업과 다중시험원자로(VTR) 개발 사업이 포함된다. 소형원전은 발전용량 300MW 이하의 작은 원전으로, 크기는 대형 원전의 약 150분의 1 수준이다. 규모가 작아 건설 비용이 낮고 외부 충격에도 방사선 누출 위험이 대형 원전보다 적어 안전성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누스케일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미 아이다호주에 첫 소형모듈원전을 짓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핵분열을 통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핵심 설비인 원자로 모듈을 뉴스케일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400만 달러(약 543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등을 마쳤다. 미 정부가 자국 원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게 된 이유는 미국 자체 기술만으로는 소형모듈원전을 완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연합뉴스
미국은 지난 30년 사이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전 산업이 무너졌고, 전문가들이 떠나면서 원전 독자 시공 능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노후원전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서서히 줄었다. 현재 원전은 미국 전력의 약 20%를 공급하고 있다. 가동 중인 원전은 96기로, 1990년대 초반 113기와 비교해 약 17기 줄었다.
이런 흐름을 바꾸려는 미국의 원전산업 부흥 정책은 국내 원전 기업이 차세대 원전 개발에 참여하고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머지않아 수출길이 막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이 신규 원전 몇개를 짓고 시공 능력을 회복한 뒤에는 굳이 국내 업체와 손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해외 유수 차세대 원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더라도 지금처럼 원전 부품업체들이 도산해서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면 제때 핵심 설비를 납품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조선비즈
[사설] 안정성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원전 대안 될 수 없다
제주도에 풍력발전 설비가 늘면서 발전을 중단하는 ‘출력제한명령’ 건수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풍력 설비가 올 들어 40차례 넘게 멈춰섰다. 바람이 너무 강해 그대로 두면 과부하로 정전 등 전력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한경면 해안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풍력발전기. ‘바람의 섬’ 제주엔 육상·해상 풍력발전기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화력발전소도 더 짓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뉴스/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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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너무 약해도, 너무 강해도 문제인 게 풍력발전이다. 풍력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광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재생의 불안정한 전력수급을 해결할 방안으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최근 잇따른 화재사고로 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지 훼손 등 환경 파괴에 주민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풍력도 태양광도 외국산 의존도가 너무 높다. ‘누구를 위한 신재생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탈(脫)원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원전 제로(0)를 향한 탈원전 로드맵을 제시한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3020계획)를 갖고 있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은 2034년까지 원전을 17기로 확 줄이는 대신 신재생 비중을 40%로 대폭 확대하는 초안을 내놨다. 과잉·과소 발전을 해결할 뚜렷한 대책도 없이 무리하게 늘린 신재생이 전력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면 최악의 경우 대규모 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신재생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하겠다는 식이지만,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선택의 옵션은 많을수록 좋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원전도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저유가 시대 진입과 신재생에너지의 무리한 확대가 어울리는 조합도 아니다. 정부는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원전의 대안으로 삼은 잘못된 발상부터 접어야 한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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