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 2021년 하반기 착공


탈원전 정책 '거점' 원전해체연구소. 2021년 하반기 착공


산업부, 21일 국무회의서 보고

경수로 중수로 나눠 2곳 설치

'나눠주기' 비판, 연구 효율성도 떨어져

3000억원 넘게 투입하지만 로드맵 없어


    문재인 정부 ‘탈(脫) 원전’ 정책의 핵심 거점인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가 2021년 하반기에 착공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원해연을 내년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자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원전해체연구소 본원이 들어설 부산과 울산 경계 지역


앞서 정부는 2017년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계기로 원전해체 산업의 육성과 해체기술 실증을 위한 인프라로 동남권에 원해연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작년 4월엔 원해연 부지로 부산과 울산, 경주를 선정하며 ‘2021년 하반기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거쳐 착공 시점을 확정한 것이다.




정부가 밝힌 원해연 설립 추진 계획에 따르면 경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본원(약 7만3000㎡)을 부산·울산 접경지역, 중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분원(약 2만4000㎡)을 경주시 나아산업단지에 세운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수로·중수로 특성을 반영해 연구소를 2개로 나눌 필요성이 있었고, 중수로 원전 4기가 있는 월성 인근에 중수로 해체 관련 분원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연구 시설과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해체 과정의 핵심은 방사성 물질을 얼마나 안전하게 제거하느냐인데 이는 경수로·중수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라며 “연구소를 분리하는 것보다 한 연구소에서 담당 부서를 나누는 게 더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해연 본원과 분원은 직선거리로 40㎞ 정도 떨어져 있다. 인근 지역에 연구소 두 곳을 따로 설치하는 건 결국 지역적 안배를 위한 ‘나눠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발표한 원전해체연구소 개요/산업통상자원부




연구소 건설엔 총 322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한수원 등 공공기관 출연(1934억원)을 통해 법인을 설립하고, 정부·지자체(1289억원)는 설립 이후 연구개발(R&D)사업을 통해 장비구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해연은 원전 해체 실증 연구를 담당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투입 예정된 예산만으로는 원전 해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원천 해체 기술과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예산이 더 들어갈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2020년 중반 이후 글로벌 원천 해체시장이 확대돼 시장 규모가 54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독일·일본 뿐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의 기술력·경제성을 인정받은 한국이 이를 제쳐놓고, 경험도 기술력도 없는 원전 해체 시장을 노린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순흥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1/20200421022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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