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으키는 바이러스 어떻게 증식할까 VIDEO:Coronavirus Genomic and Subgenomic RNA Architecture Mapped
코로나19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어떻게 증식할까...게놈 총정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200만 명을 넘어섰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게놈(유전물질 전체)과 이들이 만드는 단백질을 이해하면 바이러스의 작동 원리를 더 정확히 알아내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 연구자들도 바이러스의 활동과 복제를 막을 수 있는 표적 유전자와 단백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들 유전자와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은밀한 안내자가 되기도 하고 확산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등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현미경 사진이다. NIAID 제공
Coronavirus Genomic and Subgenomic RNA Architecture Mapped Researchers in Korea have harnessed two complementary sequencing techniques to better understand the genetic architecture of the SARS-CoV-2 genome. By combining nanopore-based direct RNA sequencing (DRS) sequencing, and DNA nanoball (DNB) sequencing, the scientists, led by Narry Kim, PhD, and Hyeshik Chang, PhD, at the Center for RNA Research within the Institute for Basic Science (IBS) in Seoul, generated new insights into subgenomic RNAs (sgRNAs) that are translated into viral proteins. Analyzing the sequence information of each RNA also revealed where the genes are located on the long viral genomic RNA. View full text https://www.genengnews.com/news/coronavirus-genomic-and-subgenomic-rna-architecture-mapp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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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바이러스 증식 첫 관문 유전자 ORF1a, ORF1b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은 약 3만 개의 글자로 이뤄진 책과 같다. 하나하나의 글자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유라실(U)이라는 유전물질이 담당하며, 이들이 길게 이어진 사슬을 리보핵산(RNA)라고 부른다. 인간의 게놈이 가진 디옥시리보핵산(DNA)와는 친척 관계다. RNA를 이루는 글자가 3개씩 묶이면 단백질 단위분자(아미노산)를 만들기 위한 정보를 준다. 초성, 중성, 종성이 모여 글자 하나를 이루는 한글과 비슷하다. 한글이 모이면 거대한 단백질을 형성할 정보가 된다. 이 부위가 유전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체RNA(위)와, 이를 토대로 만든 전사체 RNA(하위게놈) 구성을 나타냈다(오른쪽 아래). 9일 '셀'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모두 9종의 하위게놈이 확인됐다. 맨 아래 10(?)라고 표시된 부분은 기존에 존재한다고 추정됐지만 이번에 확인되지 않은 전사체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밖에 각 유전자의 위치가 정확히 결정됐고, 후성전사체의 존재가 확인됐다. 왼쪽 아래는 바이러스의 구조다. gRNA는 게놈, S는 스파이크 단백질, E는 외피 단백질, M은 막 단백질, N은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이다. 셀 제공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일생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의 게놈 맨 앞은 침투가 아니라 침투 직후 과정을 담당하는 유전자 2개로 시작한다. 오픈리딩프레임(ORF)1a와 ORF1b다. ORF는 단백질 생산이 가능한 유전체 영역이라는 뜻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인체 세포에 들어온 뒤 인체 세포의 자원을 가로채 증식을 시작한다. 마치 다른 새의 둥지에 기생한 뒤 어미의 보살핌을 가로채 부화하는 뻐꾸기 새끼와 같다. 두 유전자는 이런 기생 전략의 첫 단계를 수행한다. 인체 세포가 단백질을 합성할 때 쓰는 단백질을 이용해 ‘폴리펩티드1a(pp1a)’와 ‘폴리펩티드1ab(pp1ab)라는 긴 단백질 사슬을 만든다.
② 바이러스 증식 시동 거는 ‘단백질 절단 가위’ nsp3, nsp5
pp1a와 pp1ab는 그 자체로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들은 다시 잘게 절단되는 과정을 거친다. pp1a는 11개, pp1ab는 16개의 작은 비구조단백질(nsp)로 나뉜다. 비구조단백질은 바이러스 몸체를 구성하지 않은 단백질이라는 뜻이다. 이들에게는 nsp1~16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 이 중 nsp3과 nsp5는 마치 가위처럼 단백질을 잘게 끊는 단백질 분해효소다. pp1ab의 나머지 nsp를 잘라내 복제와 증식 같은 중요한 기능에 시동을 건다.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알아보지 못하게 위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도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진 사이에서는 이 과정이 주요 표적이다. 에이즈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복합제)도 이 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를 활용한 약물이다. 중국 연구팀은 이달 9일 nsp5의 구조를 상세히 밝히고 억제 효과가 있는 후보 화합물 6개를 추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단백질 가위인 nsp3과 nsp5가 기능을 하려면 먼저 pp1ab에서 잘려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가위를 만들기 위해 가위가 필요한 것과 같다. 김동완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원은 “이들 단백질이 소량으로 먼저 생성되면서 가위 역할을 수행한다는 가설이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③바이러스 활동 멍석 까는 단백질 nsp3, nsp4, nsp6
인체 세포에는 바이러스가 활동할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들이 있다. 일종의 막을 형성한 다음 그 안에서 중요한 바이러스 유전물질(RNA)을 복제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물질이다.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도 바로 이들 단백질이 막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가설이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은 14일 ‘IBS 코로나10 리포트’에서 “nsp3,4,6이 만드는 막 구조물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한 단백질을 분해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 과정과 관련 있는 세포 조직(오토파고솜)과 비슷하다”며 “클로로퀸이 오토파지를 방해하므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증식도 막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연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국 연구팀이 10일 '사이언스'에 공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 복제 및 전사효소 'RdRp'의 상세 구조다. 아래 알록달록한 부분이 비구조단백질(nsp)12이고, 위 회색이 nsp8, 보라색이 nsp7이다. 이들 복합체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증식시키는 핵심 공장 역할을 한다. 사이언스 제공
④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찍어내는 ‘공장 단백질’ RdRp
세포에 바이러스가 복제할 공간이 마련되면 다음에는 바이러스 공장이 단계적으로 들어선다. 먼저 nsp13이 뭉쳐 있는 RNA를 풀어주면 nsp7과 nsp8, nsp12 같은 비구조단백질로 구성된 ‘RNA 복제 및 전사 효소(RdRp)’가 뒤이어 작동한다. 바이러스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 유전체 복제와 전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복제는 RNA 전체를 통째로 사본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전사는 단백질 생산을 위해 RNA 중 필요한 일부만 골라 ‘부분 사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부분 사본을 '하위게놈'이라고 부른다.
장혜식 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교수)은 “하위게놈이 종류별로 수백만~수억 개가 생산된다”고 말했다. 전체 사본을 이용해 새 바이러스의 게놈을 만들고, 부분 사본으로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 몸체 단백질을 생산한다. 나중에 이 두 가지가 서로 결합하면 새 바이러스가 탄생한다.
복제와 전사가 이뤄지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RNA는 염기 분자가 길게 이어진 사슬 형태이므로, 각각의 재료인 염기 분자가 재료가 된다. 만약 불량 재료를 넣어 RdRp가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바이러스 증식도 막을 수 있다. 국수 공장에 재료인 밀가루 대신 분유를 넣어 국수를 못 만들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항바이러스제가 이 원리를 활용해 RdRp를 겨냥하고 있다. 렘데시비르나, 리바비린, 파라피라비르는 RNA 염기와 비슷한 모양을 한 ‘불량 재료’ 화합물로, RdRp에 끼어 들어가 복제를 멈춘다. 중국 연구팀은 10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가장 상세한 RdRp의 구조를 공개해 향후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RdRp가 바이러스 생활사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장혜식 연구위원은 “여전히 복제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서 어떻게 끝나는지 등 기본적인 지식도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인체 세포에 감염돼 증식한 뒤 다시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을 정리했다. 윤신영 기자
⑤ 바이러스 침입의 안내자 ‘스파이크 단백질’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활용하는 단백질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특유의 사방에 못이 박힌 것 같은 형태가 이 단백질 때문에 생겼다. 인체 세포 표면의 신호 안테나인 에이스투(ACE2) 수용체를 찾은 뒤 결합해 바이러스를 세포 안에 들인다. 중국 연구팀은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수용체 결합력이 높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코로나19 특유의 강력한 감염력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치료제 후보 아비돌이 이 과정을 방해한다.
⑥ 바이러스의 단단한 몸을 이루는 단백질 E, M, N
3개의 단백질은 모두 바이러스 안팎의 몸체를 구성한다. M은 바이러스 표면을 이루는 막 단백질이다. E는 바이러스 외피 단백질이다. N은 RNA를 둘러싸는 일종의 보호물질인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이다. RdRp가 만든 복제 RNA는 이들 단백질과 결합하거나 안에 담긴 뒤에야 비로소 하나의 바이러스가 돼 인체세포 밖으로 나간다
⑦ 바이러스 확산과 생존을 돕는 조력자 ORF-3a, 6, 7a, 7b, 8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게놈 뒷부분에 모여 있는 작은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하위게놈이다. 염기 수가 많아야 수백 개로 적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은 복제된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⑧ 유령이 된 하위유전체 ORF-10
중국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을 통해 전사체 존재를 예상했지만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장 연구진과 질병관리본부가 9일 국제학술지 셀에 공개한 연구 결과에서는 이 하위게놈이 발견되지 않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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