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월성1호 폐쇄땐 배상 법률검토도 받은 상태..."스스로 무리한 결정 인정한 셈"
"월성1호 폐쇄땐 배상 받나" 한수원 법률검토도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라 한수원이 손실을 볼 경우, 정부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 결정을 한 이사회(2018년 6월 15일) 개최를 사흘 앞두고서다. 한수원은 그동안 '월성 1호기를 폐쇄하는 것이 가동하는 것보다 경제적이어서 폐쇄 결정을 했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수원 이사회가 폐쇄 의결을 하면서도 스스로 무리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가졌고, 이에 따른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 이사회 직전 법리검토서 입수
민·형사상 책임, 손해배상 등 문의
“스스로 무리한 결정 인정한 것”
조선일보
관련기사
월성 1호 감사 발표 결국 총선 후로..."탈원전 옳다며 왜 숨기나"
https://conpaper.tistory.com/86002
edited by kcontents
한수원, "월성원전 폐쇄 책임, 이사회에 있나"
1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12일 법무법인 태평양과 대륙아주로부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법리검토서'를 받았다. 검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할 경우 ▶이사회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지 아닌지 ▶한수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에 보상 청구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뢰했다.
또 정부로부터 받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공문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도 법무법인 질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2월 한수원에 공문을 보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따른 필요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부는 이 공문은 협조 요청일 뿐 압력 행사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한수원은 법무법인에 질의를 할 정도로 부담을 느낀 셈이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이사회 직전 법무법인으로 받은 법리검토서.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책임 소재와 손실 보전을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법리검토를 받았다.
법무법인은 정부의 공문이 한수원에 대해 '사실상의 구속력'을 갖는다고 봤다.
"책임 성립 어려워"…3일만에 움직인 한수원
한수원 이사회는 '안전판'을 확인하고서야 움직였다.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은 정부의 공문이 '사실상의 구속력을 갖는다'고 조언했다. 정부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손실 보상을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자문했다. 예외적인 경우(고의·과실·법령위반 등)를 제외하고는 이사회의 책임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검토 의견도 받았다.
결국 한수원은 법리 검토 결과가 나온 지 3일 만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이와 함께 신규원전(대진·천지) 4기 건설도 백지화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2018년 8월 한수원은 총 5482억원에 달하는 상반기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원전 폐쇄 등에 따른 비용이 한꺼번에 반영된 탓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논란 경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제성 평가 타당성 검토, 과연 '제3자'가 했나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로 삼은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를 둘러싼 객관성 시비도 다시 불거졌다. 한수원은 삼덕의 평가를 '제 3자'에 해당하는 S 회계법인에서 타당성 검토까지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S 회계법인은 삼덕의 평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수원 당기순이익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월성1호기 폐로 관련 외부 자문 전문가리스트'에 따르면 S 회계법인과 추가 자문 계약을 한 주체는 한수원이 아닌 삼덕회계법인이다. 주한규 교수는 "S 회계법인과 계약을 삼덕이 했다면 이 법인이 삼덕과 무관한 제3자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9일부터 감사위원회를 열고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고의로 월성 1호기 경제성을 낮게 평가(3707억→224억원)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지(배임)가 관건이다. 감사위가 열린 지 나흘째인 14일 감사원은 "아직 감사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결과 발표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자력국민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지난 6일 감사원이 결과 발표를 정치적 이유로 지연하고 있다는 이유로 최재형 감사원장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중앙일보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