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보 초암다실(草庵茶室)은 15세기 ‘한류 건축의 꽃’

일본의 국보 초암다실(草庵茶室)은 15세기 ‘한류 건축의 꽃’

현암 최정간 


    코로나19의 창궐은 한·일 문화 교류마저 빙하기로 만들어 버렸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방한 문학 강연도 어렵게 됐고, 한·일 경제인 회의도 11월로 연기됐다. 한류 스타들의 일본 공연도 무더기로 취소됐다는 소식이 연달아 들린다. 도쿄올림픽마저 내년으로 연기됐다.


문명의 꽃이란 본래 국경을 초월해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통해 문화의 이전과 수용 속에서 피게 마련이다. 15세기 일본의 무로마치 시대는 조선과 평화의 시대를 동행하고자 했다. 조선으로부터 초암차와 다실 등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오늘날 일본만의 미적 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다도는 일본이 자랑하는 미의식이다. 19세기 미국 출신의 동양미술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어니스트 페놀로사와 그의 제자 오카구라 덴신은 일본의 다도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페놀로사는 교토 초암다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초암다실의 건축 구조미를 극찬했다.




현재 일본 국보이자 미의 혁명가 센노 리큐 작 ‘초암다실’. 조선 남부지방의 초가 구조와 흡사하다.

동양 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 박사는 초암차와 초암다실의 조선 전래설을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중·일 학계 최초로 초암차와 초암다실이 조선의 매월당에 의해 일본에 전파됐다는 학설이 제기된 것은 1988년 필자의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초암차에 끼친 매월당의 영향’ 논문 발표였다. 


그 후 매월당으로부터 전수받은 초암차와 초암다실을 일본으로 전파시킨 인물이 조선 세조 시대 일본 무로마치 막부의 외교사절로 조선을 방문한 천룡사 부주지 월종준초란 사실을 밝혀냈다. 즉, 월종준초-잇큐(교토 대덕사 고승)-무라다슈코-센노 리큐 순서로 전파된 것이다.



초암차란 매월당 김시습에 의해 경주 남산 용장사 초암에서 창시된 것으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것을 말한다. 초암다실이란 조선 남부 지방의 초가가 원류이며 일본의 다인들이 다실로 재창조했다. 




세계 건축사에 있어 조선의 남부지방 초가만큼 자연 친화적 인간 주거공간은 드물다. 이처럼 일본 다인들은 조선 초가의 미를 일본의 미의식으로 심화시켜, 우주와 인간이 하나가 되는 생명의 공간에서 한 잔의 차를 즐기며 무상의 아름다움을 꽃피웠다. 그렇기에 초암다실은 일본 고유 건축양식에도 없는 독특한 한류 건축양식이라 할 수 있다.


15세기 한류 건축의 꽃인 초암다실의 일본 전파는 일본 건축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에도 일본은 그 건축미를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그 생명의 영원성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조선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 최정간 매월다암 원장‧차문화 연구가

[현암 최정간]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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