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국가기후환경회의 자문위, 원자력 전문가는 `0명`
[단독] `30년 에너지 대계` 자문委 22명 중 원자력 전문가는 `0명`
국가기후환경회의 자문회의 명단 단독입수
재생에너지 비중 높인다면서
신한울 3·4호기 재개 안다루고
석탄발전만 줄여 공급 `직격탄`
국민 전기료 부담 증가 우려도
2050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발전원별 비율을 논의하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에너지믹스' 공론화 자문위원단에 원자력 전문가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 때 반대 패널로 활약했던 탈원전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그간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등 전문가 집단에서는 에너지믹스를 논의할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위원회 자문위원' 구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본지는 국회 미세먼지대책특위 최도자 민생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위원회 명단을 입수했다.
매일경제가 다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결과 '에너지믹스 공론화 자문위원단' 22명 중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처장, 이성호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전문위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6명은 대표적으로 '탈원전파'로 분류된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양이원영·이성호·이유진·홍종호 위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 때 건설 중단 패널로 나왔던 사람들"이라며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전력 계통 전문가 대신 에너지믹스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꾸린다고 하더니 이들이 에너지믹스 전문가냐고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해 5월 미세먼지 감축을 고려한 전력 분야 에너지믹스 시나리오를 새롭게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을 통해 2040년까지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재생 에너지발전 비중을 최대 35%로 확대하고, 미세먼지 온실가스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정부안에는 원전 비중이 빠져 있었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원전 활용 부분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리라 기대해왔다.
하지만 본지가 확보한 자문위원단 명단을 보면 사실상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측은 원자력 전문가를 배제한 데 대해 "미세먼지 저감,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믹스를 검토하는 것이므로 원전, 태양광 등 발전원별 전문가보다는 에너지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 에너지믹스 시나리오에는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원과 기술에 대한 고려가 빠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한규 교수는 "적정 에너지믹스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경제, 원자력, 석탄화력, LNG, 신재생, 전력계통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이 명단에 제가 아는 전력계통 전문가라고 할 사람은 없고 환경단체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위원 중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한 명만 전력시스템 분야를 전공했다.
아울러 주 교수는 "원자력은 기후환경과 미세먼지 대처에 유효한 수단"이라며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해 객관적인 설명이 위원들에게는 물론 국민에게도 필요한데 이런 판단을 하고 조언을 해줄 원자력 전문가를 한 명도 넣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석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는 건 좋은 계획이지만 이게 현실성이 있으려면 전문가들끼리 치열한 토론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해나가는 공론화 과정을 보면 유치한 시나리오가 나올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이번 에너지믹스에 대한 복수 시나리오를 마련하면 약 5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 토론을 거쳐 최종 안이 결정된다. 당초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인 5월에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어 설명>
에너지믹스(Energy Mix) : 전력을 어떤 방법(원천)으로 생산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최근 들어서는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원자력,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