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신도시 택지에 주목하는 건설업계
3기신도시 택지에 쏠린 건설업계의 눈… 벌떼입찰 사라질까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업을 본격화함에 따라 건설회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 집을 짓고 싶어도 땅이 부족하던 상황에서 귀한 택지를 확보할 기회가 생겨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떤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는지가 중요한 상황. 그동안 공공택지는 중견건설사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30만 호 계획’ 중 19만 6000호(총면적 3497만㎡), 신도시급 5곳 중 4곳(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의 지구 지정을 마쳤다. 부천대장 등 나머지 지구는 대부분 올해 상반기 중 지구지정이 완료될 계획이다.
고양 창릉 지구 조감도. (지구계획 등에 따라 변경 가능). /국토교통부 제공
지구지정을 마치면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 보상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역 도시공사 같은 사업시행자가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토지를 용도별로 구획해 민간에 택지를 분양·임대하고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절차와 정부의 목표 시점 등을 고려하면 지역별로 2~3년 내 3기 신도시 공공주택용지에 대한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건설사들이 신도시 건설 사업이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강화로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사업이 위축돼 ‘일감’ 부족을 걱정하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외 변수로 업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신도시 계획은 건설사에게 단비"라면서 "공공택지는 민간택지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사업 예측이 가능하고 일반 개발사업보다 리스크가 적은 측면에서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3기신도시 아파트 용지를 노리는 건설사들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의왕 고천지구 B-1블록 공동주택용지의 경우 분양권을 따내기 위해 229개 건설사가 몰려 경쟁률이 200대1을 넘었다. LH가 지난해 분양한 공동주택용지 50개 필지 중 47개 필지의 매각이 성사됐다. 매각대금 총액은 3조7018억원에 달했다.
특히 중견건설사는 공공택지로 성장한 경우가 많아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1기신도시 계획으로 중견건설사인 청구, 우방, 건영 등 지방 건설사들이 분당, 판교, 일산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벌떼입찰 논란은 계속됐다.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계열사 이름으로 수십개의 입찰서를 내고 하나가 당첨되면 땅을 되파는 식으로 성장한 것. 때문에 일부 건설사에 낙찰이 집중된 경향도 보였다. 대형 건설사는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꺼리다보니 계열사를 동원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H가 입찰한 공공주택용지 473개 필지 중 중흥건설, 호반건설, 우미건설, 반도건설, 제일풍경채 등 5개 중견사가142개(30%)필지를 따냈다. 작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호반건설은 10위, 반도건설은 13위, 중흥토건은 17위에 각각 올라섰다.
국토부는 최근 3기 신도시를 비롯해 대규모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 공급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나 계열사를 동원하는 이른바 '벌떼 투찰'을 막는 정책을 내놨다. △공급가 이하 택지 전매 허용범위 축소 △PFV(프로젝트금융투자) 전매 허용요건 강화 △제재처분 업체 공급 제한 △특별설계공모 방식 공급 확대 등이 골자다.
하지만 여전히 구멍이 있다는 것이 대형 건설사의 시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특별설계 공모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은 환영한다"면서 "다만 전매금지 조건은 여전히 다수 계열사를 둔 중견 건설사들이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지를 낙찰받은 계열사가 땅을 팔지 않고 내부거래 방식으로 본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편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30만호 지구지정 완료(예정) 지구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
중견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와 계열사를 동원한 편법 입찰 문제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특별설계공모 방식이 공정하게만 이뤄진다면 중견건설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단순히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형건설사 위주로 기회가 주어져서는 안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허지윤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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