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 불황에] 중견 건설사들의 한숨...남은 건 공공공사 뿐...수주해도 적자
"남은 건 공공공사뿐인데 수주해도 적자" 중견 건설사 한숨
코로나로 대부분 공사현장 스톱
울며 겨자먹기로 공공공사 수주
10년전 수준 공사비에 적자 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건설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공공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견 건설사들의 고민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공공공사 적정공사비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영세한 건설사들은 일감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적자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 국토교통부도 이를 인식해 적정공사비 현실화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건설업계 간 인식차가 커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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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공공공사비 적정성 낮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택사업 감소, 코로나19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공공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입찰제도 특성상 건설사 간 가격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공사비용은 끊임없이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견 건설사들은 공공공사 입찰을 꺼리면서도 별도 사업이 없어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천재지변 급인 코로나19로 공사 현장이 멈추고 남은 주택사업도 대형 건설사들이 가져가 남은 건 공공공사뿐이지만 공사 예정가격이 10~15년 전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낮아 입찰을 지양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100% 정도의 공사비가 필요한데 낙찰되고 발주처에서 내역을 공개하면 공사비가 80%밖에 안 되는 공사들이 더러 있다"면서 "공공공사가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회사는 운영해야 하고 수주 장부도 계속 작성해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불만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지난 2018년 발표한 '공공공사비 산정 및 관리 실태와 제도적 개선 방안'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주 전부터 적자 걱정"
상황이 더 안 좋은 중소·영세 건설사들은 공공공사 낙찰 전부터 적자를 고민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국내외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있지만, 이들에게는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릴 방법이 공공공사 수주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일수록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건산연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적자를 낸 건설사 비율을 살펴본 결과, 적자 건설사의 30%가 공공공사 매출에 100%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영업이익률도 감소 추세다. 공공공사 매출 비중이 100%인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5년 -5.73%에서 2016년 -24.57%로 급감했다.
이같은 악순환이 이어지자 건설사들은 공공공사 발주 규모 증가가 썩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달청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발주할 2020년 공공부문 시설공사 발주계획을 발표했다. 발주 규모는 전년 대비 12.5%(3조5000억원) 증가한 31조7000억원이다.
모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끊임없이 올라가는 자잿값을 감당하기도 어려운데 공공 발주처에서는 짜내기식으로 최소한의 예산을 갖고 발주한다"면서 "수주를 하더라도 손해부터 걱정되니 업계에서 끊임없이 적정공사비를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토부 "현실화 작업 노력"
국토부도 업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적정공사비를 둘러싼 이견이 많아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산업을 육성하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게 국토부의 입장·역할인 만큼 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다만 "원가체계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측에선 되레 거품이 있다고 하고 건설업계는 부족하다며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양쪽 온도 차가 큰 만큼 우선 서로의 인식 간격을 메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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