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파견 직원, 현지 영어 소통능력 부족 논란
[단독] UAE 원전 직원 파견, 영어 능력 논란… 한수원 '뒷말' 무성
UAE측 영어실력 강화 요구 불구 / 975명 중 필수인력 62명 기준 미달
2019년보다 오히려 14명 늘어나 / 한수원 “어학점수 필수요건 지정”
중동 첫 원자력발전소이자 ‘한국형 차세대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파견된 한국수력원자력 일부 직원의 외국어 소통 능력이 여전히 뒷말을 낳고 있다.
4일 한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정유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UAE 원전에 파견된 한수원 직원은 975명이며, 이 중 어학 기준 미달자는 62명이다. 한수원 규정상 어학 기준은 토익 700점, 토익스피킹 130점, OPIC IM·IELTS 5.0 이상이다. 한수원은 이들에 대해 “사업 공정상 필수적인 근무인력”이라고 밝혔다.
Barakah Nuclear Power Plant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1·2·3·4호기 모습. 바라카 원전사업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4기(총발전용량 5600㎿)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다/wam.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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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2018년 UAE 측이 한수원 파견직원의 어학 능력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이에 한수원은 작년 1월 파견직원 898명 중 기준 미달자가 207명이라고 공개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영어 능력 기준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파견직원들이 토익 700점을 넘지 못하면 국내로 복귀시키겠다는 지침도 내놨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미충족자 207명 중 100명이 귀국조치됐다. 나머지 미충족자 중 59명은 기준 점수를 취득했으며, 48명이 사업 공정상 필수인력으로 잔류했다. 48명을 필수인력으로 치더라도 ‘능력 강화를 공언한’ 1년 사이 어학 기준 미충족자가 62명으로 되레 14명 늘었다. 특히 이 중 21명은 성적을 제출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수원 관계자는 본지에 “일부 부장급이 기본적인 회의 참석조차 기피해 부하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한 원전 전문가는 통화에서 “어학 실력은 늘 우리 전문인력들을 괴롭히는 부분”이라며 “통역사를 쓴다고 해도 영업비밀 관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수주 내용이 기대 이하였던 이유 중 하나를 이 같은 외국어 소통 문제에서 찾기도 한다.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은 당초 예상됐던 10∼15년 ‘장기정비계약’ 대신 5년짜리 ‘장기정비서비스계약’ 등으로 급이 낮아졌다. 한 원전 전문가는 정비사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비, 유지·보수 문제이기 때문에 현지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게 필수적인데, 그 점에서 감점 요인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지난해 6월부터 직원 파견 시 어학 점수가 필수요건으로 규정이 강화됐다”며 “2018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규정이 바뀌기 전) 기준 미충족인 일부 인원이 파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인 규정이나 절차에는 하자가 없고, 앞으로도 기준 미달자가 파견될 일은 없다”면서 “현장에서는 어학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업무 자격, 실무 자격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요소로 선발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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