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분쟁] '돌관공사·간접비' 해결 쉽지 않다
'돌관공사·간접비' 둘러싼 건설분쟁이 까다로운 이유
계약상 근거조항 없어도 수급사업자 승소 판결 증가
문서화 된 '건설사업관리'가 핵심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건설업은 대규모 자금과 복합적인 가공·생산이 요구되는 전형적인 수주산업이다. 제조업·서비스업과 긴밀한 연관 관계를 갖고 있어 생산유발 효과가 클 뿐 아니라 다량의 노동력이 투입되므로 고용유발 효과도 상당하다(공정위 심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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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과 그 분쟁(건설사건)은 규모가 크다. 지식재산권 분쟁은 (특히 저작권 분쟁) 법리상 중요한 쟁점이 있더라도 재판에서 인용된 금액이 수백 만에서 수천만 원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건설사건은 아무리 사소한 공사라고 하더라도 계약금액은 수억 원을 넘는다. 변호사 보수는 청구금액(인용금액)에 비례하므로 변호사라면 한 번쯤 건설사건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의사 출신 변호사를 알게 된 적이 있다. 당연히 그 변호사의 전문분야는 의료소송일 것으로 짐작했으나, 실제 주 수행사건은 재개발·재건축이어서 의아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건설사건은 본래 계약해석이 중심이 되는 민사사건이었으나, 최근에는 하도급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는 행정사건과 관급공사 입찰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공공조달사건 등으로 전화돼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최근 건설사건은 하도급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는 행정사건, 관급공사 입찰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공공조달사건 등으로 전화돼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아울러 과거에는 ‘클라이언트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어서 소송보다는 협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상대로 과감히 소를 제기하거나 공정위 신고나 민원제기 등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설사건의 쟁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여기서는 최근 법원이 드문드문 인정하고 있는 돌관공사비, 간접비 청구 사건을 살펴본다.
‘돌관공사’란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한달음에 해내는 공사를 말한다. 즉 준공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인력·장비·자재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공사다. 야간, 휴일 작업 때는 노무비 할증, 안전사고 발생 등으로 수급사업자의 부담이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사업자에게 돌관공사비를 청구하지만 원사업자로부터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원사업자가 돌관공사비 청구를 거절하면서 제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적으로 도급계약서에는 돌관공사비 청구를 인정하는 조항이 없고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돌관공사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적도 없다. 둘째, 수급사업자는 공정표를 제출하면서 공기 준수를 약속했다. 따라서 공기 준수를 위한 비용 지출은 원칙적으로 수급사업자의 책임이다. 셋째, 공기가 임박해 부랴부랴 공사하는 것은 수급사업자의 부실한 현장 관리 때문이다.
관급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이나 회계예규상 실비정산 조항에 의하여 돌관공사비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민간공사의 경우 계약상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돌관공사비 청구는 대부분 기각된다. 그런데 △자재선정 △선행공종의 지연 △설계변경 △노조 파업 △기후 변동 등 수급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공사가 지연됐다면, 수급사업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당하다.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게 돌관공사비를 청구하지만 원사업자로부터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용사의 집 재건립 공사현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래서 2010년대 이후 돌관공사비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 이러한 판결에서 드는 요건은 △수급사업자에게 공사 지연과 관련된 책임이 없을 것 △수급사업자가 계약변경(공기연장)의 필요성을 통지했음에도 원사업자는 공기 내 완공을 요구했을 것 △수급사업자가 돌관공사를 실시하여 추가 비용이 발생했을 것 등이다.
돌관공사비 분쟁은 법리상 복잡한 부분이 없으나 그 청구의 결정적인 요건이 되는 공사지연 귀책주체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모두에게 귀책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가 완료되어 현장에서 인력이 철수한 경우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 때문에 시공 당시 주고받았거나 작성된 공문(내용증명)·회의록·확인서 등이 주요 증거가 된다. 수급사업자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됐더라도 원사업자가 공사재개에 신경 쓴 나머지 공사중단 일자와 사유 등에 대한 서면화를 게을리했다면 향후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간접비’란 수급사업자가 현장에 파견한 직원들에게 지급한 비용(간접노무비), 현장사무실 운영비(간접재료비, 기타경비 등) 등을 말한다. 시공에 직접 투입되는 건설자재,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노무자의 인건비 등으로 구성되는 직접비와 구별된다.
대다수 수급사업자는 간접비와 직접비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계약금액을 총액으로 정해 공사를 수주한다. 이때 수급사업자가 예상한 범위에서 공사가 완료되면 손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나, 예상보다 공사 규모가 확대되는 경우가 문제다. 대체로 원사업자가 직접비는 보전해준다. 다만 예산 부족이나 근거 불명확 등을 이유로 간접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급사업자가 추가 지출한 간접비를 보전받을 길이 없다.
이에 공사 기간 연장 시 간접비 청구의 가부가 쟁점이 되는 다수의 소송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2018년 장기계속계약사건에서 차수별 연장계약을 통해 간접비를 청구해 받지 않은 이상 총괄계약만으로는 간접비를 보전받지 못한다고 판시해 간접비 청구요건을 제한했다. 이를 두고 차수별 공기 연장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 현장 관행에 반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사업자를 상대로 차수별 계약을 요구해 간접비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돌관공사비/간접비 사건에 대한 대응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문서를 작성해 통지하고, 간접비가 정산완료됐다는 점을 문서화하는 ‘관리업무의 철저화’가 핵심이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수급사업자에게 귀책 사유가 없는 공사 기간 연장의 경우에도, 수급사업자가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규정하지 않았다면 수급사업자의 간접비 청구가 부정되므로 그 하도급계약은 하도급법상 부당특약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2016가합53325). 위 판결에 따르면 계약 조항이 없어도 하도급법을 매개로 간접비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간한 연구보고서의 결론과 같아 그 추이가 주목받는다.
2010년대 이후부터는 돌관공사비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 사진=비즈한국 DB
그런데 2019년 개정 하도급법은 하도급대금 조정사유에 수급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에 의한 비용 변동을 명시했다(제16조의 2). 따라서 앞으로는 계약 조항이 없더라도 하도급법 조항을 근거로 간접비 청구가 가능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판결 및 입법 동향에 의하면 원사업자는 계약상 근거조항이 없음에도 간접비를 부담하게 되는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 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급사업자와 정산 및 합의할 때 간접비 완불을 명시하거나, 정산내역에 간접비 항목을 추가하는 등의 세심한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돌관공사비 및 간접비 사건에 대한 대응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문서를 작성해 통지하고, 간접비가 정산완료됐다는 점을 문서화하는 ‘관리업무의 철저화’가 핵심이다. 이는 최근 언급되고 있는 건설사업관리(CM·Construction Management)의 일부인데,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별도의 전문영역이 태동하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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