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전을 다시 가동해야 하는 이유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월성 1호기 제외’ 압력 가해안전성·경제성 무시한 결정은 배임

 

    불합리한 탈원전 정책이 도를 넘고 있다. 멀쩡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월성 1호기)를 정지하는 결정 과정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에게 불합리한 정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의사 결정에 개입한 정황은 분명해 보인다. 한수원은 “원전을 줄이기로 했으니 사업자로서 조치를 취하라”는 정부의 공문을 받았다고 한다. 형식 논리상 한수원에 의사 결정을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를 제외하는 등 실질적·명시적으로 한수원에 압력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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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결정 과정도 문제다. 관료 출신 위원들과 전문성이 미흡한 일부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이번 영구정지 결정을 주도했다. 원안위가 안전성·경제성 및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해 얼마나 심도 있게 논의했는지 의문이다.

절차적 타당성을 맞추기 위해서 한수원의 이사회 결정이 동원됐고,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엉터리 경제성 분석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그냥 넘길 수 없다. 한수원 이사회에서 영구 정지 결정의 근거가 됐다고 알려진 보고서는 이사회의 결정 근거가 될 수 없다.

2018년 5월 보고서에서는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기술됐다. 이후 보고서가 수정됐고, 수정 보고서는 근거 없는 시나리오가 도입돼 자의적인 결정이 가능하도록 기술됐다. 보고서 수정 과정에서 외부 개입 흔적과 이에 따른 연구자의 고심이 보인다.

 

 


보고서에는 판매 단가가 ㎾h당 48.8원까지 떨어지고, 이용률도 54.4%까지 떨어져야 경제성이 없다고 기술돼 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이용률과 판매 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력 산업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나리오는 엉터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전력 판매사가 구매하는 전력 가격을 발전 원가에 따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원가가 낮은 발전기를 먼저 가동한다. 원전은 다른 발전기보다 원가가 가장 낮기 때문에 항상 먼저 이용된다. 정지 직전인 2017년 고리1호기 이용률은 99.7%였다.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50%대로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판매 단가의 가정도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원전이 만들어낸 전력을 전력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한수원은 엄청난 이익을 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발전 원가를 기준으로 정상적 이익만을 가져가도록 판매가격이 결정된다.

 

 


판매 가격이 내려갔다면 연료 가격도 내려갔다는 이야기다. 큰 이익도 볼 수 없지만, 손해도 볼 수 없는 구조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춘 월성 1호기를 정지시킨 것은 명백한 배임 행위다. 이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원전은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낸다. 원전을 정지시키고 몇 배가 비싼 가스발전을 가동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낭비다. 월성 1호기는 이미 7000억 원을 투입해 안전한 가동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전력 생산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원료비 등 경상비뿐이다.

열량 단가 기준으로 원전의 연료비는 가스 발전 연료비의 약 24분의 1이다. 더욱이 원전에서는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도 없다. 월성 1호기를 가동했을 때, 한국 사회의 전체 편익은 증가한다.

에너지 산업은 경제의 기둥이다. 정치 논리에 의해 함부로 다뤄서는 결코 안 된다. 편향된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안전한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고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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