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불황] 차라리 해외 나가 집 짓자
차라리 해외 나가 집 짓자
규제 피해, 성장동력 찾아 해외로
GS건설, 영국·폴란드·미국에서 모듈러 주택기업 인수·기술 확보
한 번에 3곳 사들인건 국내 처음
플랜트 벗어나 주택·빌딩 사업… 현대건설, 이달만 4건 해외 수주
재건축 규제 등으로 국내 주택 시장이 얼어붙자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전 건설업의 해외 진출은 발전소나 담수화 시설 등 대형 플랜트 위주였다. 하지만 최근엔 주택과 대형 빌딩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해외 사업에서도 외형 대신 내실을 다지며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인수한 영국 모듈러 주택 기업 엘리먼츠가 런던에서 짓고 있는 호텔·오피스텔 시공 현장. 공장에서 만든 주택 모듈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진다. /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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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美·유럽 모듈러 주택 진출
GS건설은 최근 폴란드 목조 주택 기업 단우드(Danwood)와 영국 철골 건축물 기업 엘리먼츠(Elements)를 잇따라 인수했다. 두 회사 모두 모듈러(modular) 주택 전문기업이다. 모듈러 주택이란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시공하는 일반적인 주택과 달리, 공장에서 거실·화장실 등 주요 공간을 만든 후 현장에서 이어붙여 조립하는 방식이다. 시공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최근 국내 건설사들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단우드는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 매출 4위 기업으로, 단독주택을 주로 짓는다. 반면, 엘리먼츠는 고층 건물을 전문으로 한다. 인수 금액은 단우드가 1800억원이며, 엘리먼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두 회사를 인수하면서 GS건설은 주택과 고층 건물 조립 시공 관련 기술을 단번에 확보하게 됐다. GS건설은 미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기업 한 곳도 다음 달 인수할 예정이다.
해외 모듈러 주택 기업을 한 번에 3곳이나 인수하는 것은 GS건설이 처음이다. 3개 기업이 가진 기술과 영업망을 활용해 미국·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 작업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신사업 부문 사장이 주도했다. 허 사장은 지난해 인도·우크라이나 태양광 발전소 투자도 주도하는 등 최근 GS건설의 해외 사업을 이끌고 있다. 허 사장은 "이번에 인수한 기업들 간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모듈러 주택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주도 잇따라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은 부진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2010년 716억달러에서 지난해 210억달러로 줄었다. 유가가 떨어지며 중동 플랜트 발주가 줄어든 데다 중국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경쟁도 심해진 탓이다. 미국 건설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에 따르면, 2017년 중동 지역에서 우리 기업들의 매출은 112억달러로 중국(164억달러)에 뒤처졌다. 2012년만 해도 한국 기업 매출(267억달러)이 중국(93억달러)의 3배 수준이었다. 대신 국내 건설사들은 재건축 등 국내 사업에 집중했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싱가포르 풍골(Punggol) 스포츠센터 조감도/Sport Singap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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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전에 플랜트에 집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주택·빌딩 사업 등으로 보폭을 넓혔다. 그러자 한동안 주춤하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 소식이 새해 들어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들어서만 4건의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카타르 루사일의 초고층 복합빌딩 '플라자타워' 3·4구역을 잇따라 수주했으며, 싱가포르 스포츠청이 발주한 풍골(Punggol) 스포츠센터의 시공사로도 선정됐다. 최근 수주한 알제리 우마셰 3 복합화력발전소까지 더하면 수주 금액이 총 2조1000억원에 달한다. 화력발전소(8500억원)가 아직은 가장 큰 프로젝트지만 비(非)플랜트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삼성물산도 이달 초 1조9000억원 규모 방글라데시 다카국제공항 확장 공사를 일본 기업과 함께 수주했다.
하지만 불안 요소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해 해외 건설의 큰 시장인 중동 정세가 유동적이다.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은 "과거 특정 지역, 특정 공정에 편중되게 수주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요즘 국내 건설사들은 돈 되는 사업에만 선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해외 수주의 양보다는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사업 영역도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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