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는 왜 정부세종청사에 세워졌을까


[한은화의 생활건축] 저승사자는 왜 정부세종청사에 세워졌을까


    새해가 됐지만, 저승사자의 거처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2015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내 국세청 앞에 놓였다가 “무섭다”는 민원에 소방청 앞으로 쫓겨났다. 역시 같은 민원 때문에 지난해 12월 철거돼 창고로 옮겨졌다. 저승사자같이 보인다고 해서 이처럼 불리지만 공식적인 작품명은 있다. ‘흥겨운 우리 가락’이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6개의 조형물 중 하나다. 한복 차림에 갓 쓴 남성이 춤추듯 양팔을 벌리고 있다. 금속 재질의 남성 얼굴이 섬뜩하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저승사자를 포함해 총 6개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 쓴 비용은 11억원. 정부청사관리본부 측은 “세금으로 만든 조형물을 덜컥 폐기하긴 어렵고 어디로 옮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애물단지가 된 저승사자, 굳이 왜 만들었을까.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 설치 등’ 관련 조항 때문이다. 연면적 1만㎡ 이상의 건물이면 건축비의 일정액을 들여 의무적으로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다.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 제정 당시 권장사항이었던 것이 95년 의무화됐다.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건물 짓는 부르주아에게 사회환원을 하게 하면서 배고픈 예술가들에게 작품활동의 기회를 줄 수 있으니 명분은 좋다. 건축비와 연동시켜 짓는 비용이 많이 들수록 더 비싸거나 더 많은 작품을 설치해야 한다. 그 비용이 공동주택의 경우 건축비의 0.1~0.7%, 근린생활시설 등은 0.5~0.7%, 공공건축물은 1%에 달한다.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됐다가 저승사자로 불리며 철거된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 [연합뉴스]



 

작품가격과 작품성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한때 미술계에서는 조각품의 무게를 재서 중(重) 단위로 값을 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진지하게 나오기도 했다. 건축물 미술작품만 다루는 전문업체가 생겨났다. 지자체는 심의위원회를 두고서 건축주가 설치하려는 미술작품에 대해 감정·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카르텔이 형성되고, 이면계약 같은 꼼수도 벌어진다. 국내의 한 재벌가가 건물을 지으면서 소장하고 있는 유명 미술작품을 설치하려 했다가 심의 대행하는 업체의 카르텔에 못 이겨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저승사자는 더 특별한 과정을 거쳤다. 공공건축물일 경우 건물에 어울리는 작품을 고를 건축주가 없다 보니, 관련 공모를 한다. 저승사자는 당시 출범하지 않은 세종시를 대신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꾸린 심의위원들이 공모한 작품 중에 뽑았다. 전문가들이 심의해서 뽑은 결과다.

 

공모를 거치면 더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이 뽑힌다는 주장도 있다. 돈 들여 왜 설치해야 하는 걸까. 작품 공해이자, 세금 낭비다. 달라진 시대 환경에 따라 바뀌어야 할 제도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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