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부추기더니 이제와 규제?..."폐업회사 급증할 것"
태양광 부추기더니…공급 넘치자 '뒷북' 규제
의무 매입수량 크게 넘어서
전기단가 3년새 70% 줄었지만
한전 부담만 年4000억 달해
착공 직후 전기 팔수 있었는데
준공필증 받기전 못팔게 막아
정부 "안전 고려한 결정" 해명
정부가 태양광발전 시설을 적극 지원하면서 투자와 공급이 대폭 늘어 판매 가격이 대폭 하락하자 뒤늦게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태양광 전기 판매 허가 조건을 강화해 공급 조절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정부 말을 믿고 투자한 민간 사업자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고시 일부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전기 판매 시장 진입장벽 허들을 높이는 조치다. RPS란 민간에서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한국전력 등 의무기관이 일정 비율 이상 매입하는 제도다. 정부는 정권 초기인 2017년 12월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7%에서 20%로 끌어올리겠다"며 적극 독려했다. 이 때문에 많은 민간 사업자가 태양광 사업이 '금맥'이라며 패널 설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판매 가격이었다. 태양광 사업자와 투자자들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의 단위를 신재생에너지 공인인증서(REC)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REC 가격이 정부 예측과 달리 폭락하며 갈등이 생겼다.
2017년 1월 16만1000원이었던 REC 가격은 3년이 지난 2019년 12월 4만9000원으로 70% 가까이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태양광 사업이 금맥이 아니라 '가상화폐'였다며 절망했고, 급기야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이 수익 악화로 투자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영세업자들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폭락이 발생한 이유는 공급과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구입 대상 기관이 가진 의무 비율 수량이 시장에 나온 공급량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작년 태양열발전 공급 예측량은 2GW 규모였는데 실제로 생산된 것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3GW였다"면서 "정부의 예측 실수로 발생한 불균형 문제에 대해 해결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 전기 가격에서 거품이 꺼지자 정부가 뒤늦게 미준공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REC 발급 규제 강화라는 미봉책을 내놨다. 기존에는 착공한 뒤 가동되는 대로 바로 시장에 전기를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준공필증을 받기 전까지는 매물을 낼 수 없다. 정부는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공급량이 조절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평가한다.
정책 수요자인 사업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 시기가 길어지면서 문을 닫는 업체만 더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요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작년 생산분 태양광 전기 중 매입 시기를 미뤄둔 의무량을 올해 매입할 때 정부가 일부 비용을 보전해주는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자들은 근본적인 수요 확대를 위해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용어설명
RPS는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Renewable Energy Certificates)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한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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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미 한전은 매해 4000억원에 이르는 RPS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 적자에 이 RPS가 이미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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