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청정에너지 '수소'...그리고 그것을 개발하는 선진국들


궁극의 청정에너지 '수소' 개발하는 선진국들


     세계 주요국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수소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는 연소 후에도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수소시장은 2050년 2조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를 차지할 전망이다. 머지않아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소도시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로 가정집과 건물에 전기와 냉·난방을 공급하고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수소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깨끗한 도시'가 최종 목표다. 수소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의 전략을 짚어봤다.

스코틀랜드 오크니 섬은 커크월 항구에 설치된 수소연료전지로 항구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 서프앤터프 홈페이지



영국 스코틀랜드 최북단에서 배를 타고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2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진 오크니 섬(Orkney Islands)이 펼쳐진다. 연중 바람이 많이 불고 신석기 시대 거석(巨石) 유적지가 잘 보존된 섬으로 유명한 오크니는 최근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오크니는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데, 지역 특유의 거센 바람과 파도를 활용한 풍력·조력 발전을 통해 섬 주민 2만2000여명이 쓸 수 있는 전력의 120%를 생산한다. 과거 육지의 석탄·가스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쓰던 오크니가 지금은 섬 곳곳에 마련된 풍력 발전기로 필요 이상의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 셈이다.

갑자기 늘어난 에너지를 보관했다가 추후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섬 관계자들은 수소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그렇게 ‘오크니 수소 전략’이 지난 2016년 탄생했다. 바람과 파도의 힘으로 생산하고 남은 잉여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지역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고, 2021년부터 섬을 오가는 선박을 수소연료전지로 운항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 계획이다.


오크니와 마찬가지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주요국이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가 지구 온난화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副生)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수소가 대부분이지만, 주요국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얻는 청정 수소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보다 전기를 장기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고 방전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를 생산·보관·수송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소로 필요한 에너지를 전부 마련하는 ‘수소도시’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英 '에너지 자립섬' 오크니,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 속도

그래픽=박길우

 


오크니는 현재 6~7곳의 지역 사업자와 손잡고 섬에 필요한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 ‘서프앤터프’는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추출한 수소 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과 운송 시스템을 제공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서프앤터프는 먼저 오크니의 주요 섬 중 하나인 이데이의 조력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 초과분을 500킬로와트(kW) 규모의 수전해(물 전기분해) 장치로 보낸다. 물을 전기분해한 뒤 얻은 수소는 압축 가스 형태로 저장한 다음 트럭과 배로 오크니 수도 커크월까지 수송한다. 이 수소는 커크월에 마련된 연료전지에 공급해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오크니 제도 의회의 수소 프로젝트 총괄인 아델 리더데일은 지난달 20일 조선비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크니는 서프앤터프를 포함해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운송,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는 ‘그린 수소’ 생산에 앞장서는 다수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최근 오크니 의회는 운송에 사용되는 차량의 탈탄소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5대의 수소 트럭을 구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이후 관련 지역사회 수소 프로젝트에 책정된 예산만 약 6900만유로(약 887억원)에 달한다.

 


영국 중부 도시 리즈(Leeds)에서는 2030년까지 LNG(천연가스) 기반 에너지 인프라를 100% 수소로 전환하는 ‘H21 리즈 시티 게이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0’를 선언한 영국 정부는 리즈시를 세계 첫 ‘수소도시’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먼저 이산화탄소 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스 기반 난방 시스템을 수소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다.

영국 가스 배급업체 노던가스네트웍스(Northern Gas Networks)가 2016년부터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는 현재 수소 기반 인프라의 타당성 검토 연구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리즈시는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저압의 수소 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고, 수소 저장은 지역 내 소금동굴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H21은 내년까지 타당성 검사를 마친 뒤 2022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래픽= 박길우

 


獨 연구소-기업과 손잡고 수소 연구
독일은 석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근 수소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탈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energiewende)을 추진한 독일은 최근 몇년 사이 석탄 사용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지난해 7월 수소 연구를 실행할 연구소 20곳을 선정하고 관련 연구에 매년 1억유로(1296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독일이 수소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독일 지멘스는 오스트리아 린츠에 마련된 6메가와트(MW) 규모의 수소생산기지 'H2 Future'에 수전해(물 전기분해) 설비를 공급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 지멘스 제공

 


독일 주요 에너지 기업들도 수소 연구에 투자해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멘스는 3000만유로를 들여 독일 괴를리츠에 수소 연구소를 세우기로 했고 EON은 천연가스 배관 시스템에 수소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빌럼 알렉산드르 네덜란드 국왕이 2019년 6월 흐로닝언 인근 벤담에서 열린 네덜란드 천연가스회사 가스니(Gasunie)의 하이스톡 수소생산시설을 방문해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 가스니 제공



이웃나라 네덜란드는 북부지역 흐로닝언주를 친환경 수소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하이스톡 프로젝트(HyStock Project)’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과 육상 태양광 공원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2050년까지 수소를 대량 생산해 지역의 난방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향후 10년간 흐로닝언 수소 전환에 28억유로를 투입해 100MW(메가와트) 수소 에너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1만5000여개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2030년까지 kg당 1.5~3유로에 수소를 공급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흐로닝언시는 예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네덜란드 천연가스 사업자 가스니(Gasunie)는 수소 기반 난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90%를 재사용하고, 약 500만유로를 들여 나머지 10%를 수소 전용으로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한 페네마 가스니 최고경영자(CEO)는 “흐로닝언에 네덜란드 수소 네트워크의 중추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편집= 뉴스편집부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