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건설현장 전기공사 분리 발주는 "비효율적"


집 짓는 공사 따로, 전기공사 따로…건설업계 “비효율적”

 

     부동산 개발·자산관리를 하는 A업체는 지난 1월 법원에서 전기공사업법 위반으로 벌금형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7년 서울 강동구에서 공공주택을 건립하면서 ‘턴키방식(일괄발주)’으로 시공업체를 뽑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전기공사현장/커넥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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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전기공사를 분리하도록 한 전기공사업법에 대해 건설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 시공효율이 떨어 진다“고 주장한다.

사정은 이렇다. 서울시에서 공공주택 건설사업을 위탁받은 A사는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업체 선정에 나섰다. 전기공사업법에 따르면 공공사업에서 전기공사를 하는 업체는 다른 업종과 분리해 뽑아야 한다. 그런데 A사는 전체 공사를 한 업체에 일괄로 맡기는 입찰 공고를 냈다. 공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현행법에는 어긋나는 결정이었다. 결국 A사에서 입찰 업무를 담당했던 임직원과 법인이 모두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공공주택 건설 때 전기공사 분리위반하면 법인·직원 다 형사처벌“한 현장에 두 곳 이상 업체 참여책임소재 모호해 안전사고 우려”

건설업계에서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한 건설현장에 여러 업체가 참여해 각각의 업무 영역을 형성하고 서로 다른 등록·영업 기준을 내세울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에선 이런 분리발주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공사를 진행할 때 업체 간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공사 업종별로 법적 규율과 소관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공사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상호 연계가 곤란한 만큼 시공 효율이 떨어져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기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전기 쪽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건설공사를 일괄 발주하면 부실 전기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 공사비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기업체에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발주처→전기업체’의 2단계 구조지만 일괄로 발주하면 ‘발주처→도급업체→전기업체’의 3단계 하청구조가 된다”며 “결국 100원이었던 전기공사의 단가가 60~70원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에선 전기공사만 따로 분리해 담당 업체를 선정하는 게 오히려 부실공사의 위험을 키운다는 입장이다. 도급을 맡은 업체와 전기업체 간 책임소재가 애매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는 분리 발주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 5월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건을 들고 있다. 당시 지하 1층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이 다른 곳으로 번져 직원과 이용객 8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부상했다.

검찰은 화재 위험을 커지게 한 원인으로 “자격·경험이 없는 업체에 대수선 공사와 가스 배관공사, 소방공사 시설을 각각 발주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또 “발주자가 대규모 공사를 분리 발주할 경우 컨트롤 타워(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조직) 부재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며 "분리 발주 시 발주자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리발주 전기공사업법령/한국에너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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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리발주를 하면 시공 연계성이 떨어지고 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하자담보 책임도 불분명해져 최종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괄발주로 인한 전기공사의) 단가가 낮아지는 저가 하도급 문제는 하도급 심사제도 도입, 규제 강화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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