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처리 예산 분석] "토건 삽질" 비판하더니… 과거로 회귀
3년간 112조 늘린 文정부, 내년엔 토건에도 23조 퍼붓기
[일방처리 예산 분석]
어디서 얼마 더 쓰나
노인 일자리에 8400억 더 투입… 복지·고용 19조 늘어 180조
'5·18 40주년' 예산 31억 늘리면서 '6·25 70주년'은 20억 삭감
"토건 삽질" 비판하더니 총선 앞두고 건설사업 예산 대폭 증액
올해보다 42조7000억원(9.1%) 늘어난 512조3000억원 규모 내년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지출이 111조8000억원 늘어나게 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초기 3년간 지출이 각각 55조8000억원, 50조원 증가한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지금까지는 세수(稅收) 증가가 뒷받침돼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증가를 억제할 수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본격 빚 잔치가 시작된다. 국제사회에서 건전 재정 기준으로 여기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 재정 수지 적자 비율 3%가 깨지고,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사상 처음 4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30조원씩 늘었던 국가 채무는 내년부터 매년 80조~100조원씩 불어 2028년에는 15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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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예산 20조원 늘어 180조원… 국회 거치며 '이념 예산'도 대거 증액
내년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분야는 보건·복지·고용으로, 올해보다 19조5000억원(12.1%) 늘어난 180조5000억원이 배정됐다. 실업급여와 직접 일자리(노인 일자리 등) 예산이 각각 2조3300억원, 8400억원 증가하는 등 일자리 예산이 올해보다 4조5000억원 늘어난다.
기초연금에도 올해보다 1조7000억원 많은 13조1765억원을 쓴다. 기초연금 최고액(30만원)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20%에서 40%로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포퓰리즘 논란을 빚었던 '국민 취업 지원 제도' 사업도 '관련 법령 개정 후 시행' 단서를 달아 2771억원이 배정됐다. 2018년 '1년 한시' 조건으로 도입됐던 일자리 안정 자금은 3년째 살아남아 내년 예산안에도 2조1647억원이 편성됐다.
증가율로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26.4%), 환경(21.8%), 연구 개발(R&D·18%) 분야 예산이 유독 많이 증가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세 먼지 대응을 명분으로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예산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이념성 사업도 대폭 증액되거나 신설됐다. '광주시 5·18 40주년 기념사업' 예산은 정부안 25억원에서 대폭 증액된 56억원이 배정됐고, 당초 정부 안에는 없었던 '동학농민혁명 기념 유적 조사연구'에도 2억원이 새로 배정됐다. 반면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상기하는 성격의 '6·25전쟁 70주년 사업'은 20억원 삭감됐다.
"토건 삽질" 비판하더니… 과거 회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前) 정권의 SOC 건설을 '토건(土建) 삽질'이라 비난하며 "임기 중 대형 SOC 사업은 안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SOC 예산을 대폭 늘려 잡았고, 국회는 심의 과정에서 액수를 더 늘렸다. 결국 내년도 SOC 예산은 올해보다 3조5000억원(17.6%) 늘어난 23조2000억원으로 확정돼 지난 2017년(22조1000억원) 이후 3년 만에 20조원대로 회귀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막판 밀어 넣기'를 시도하면서 자잘한 SOC 사업이 잔뜩 추가됐다. 경남 김해시 화포천 수해 상습지 개선 사업(35억원), 경기 동두천 신천 고향의 강 사업(25억원), 금호강 자전거 도로 연결 사업(16억원) 등이 신규 사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각종 도로 개선 예산에도 정부안에 없던 사업 41건이 포함됐다. 사천항공산업대교 건설(14억원), 서창~안산 고속도로 건설(10억원) 등 각종 도로 개선 예산도 41건이나 추가됐다. 정부안에서는 SOC 관련 신규 사업이 74건(3431억원)이었는데, 국회를 거치면서 95건(3784억원)으로 늘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SOC를 적대시하던 문재인 정부가 내년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태도를 바꿨다"며 "선거를 앞두고 SOC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정권이 많았는데 현 정부도 과거 정권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2/2019121200283.html
최규민 기자 김지섭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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