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압수수색 과연 적법할까?
컴퓨터 압수·수색
김선국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어느 날 경찰이 건설업자 A의 사무실에 들이닥쳤습니다. A에게 횡령 혐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준 뒤 A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그대로 가지고 갔습니다. 이러한 압수방식은 적법할까요?
컴퓨터 압수방식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우리 사안처럼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가는 것입니다(1유형). 둘째, 압수현장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제한 뒤 복제본만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2유형). 셋째, 경찰이 A사무실에서 A와 함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경찰이 찾는 증거자료(장부나 문서, 메일, 메시지 등)를 검색한 뒤, 관련 자료만 종이로 출력해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3유형).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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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유형의 후속 절차는 이렇습니다. 우선 컴퓨터를 경찰서에 가지고 가서 하드디스크를 복제합니다. 그리고 복제본을 포렌식(삭제된 파일 복구작업 등)합니다. 포렌식본을 가지고 경찰서에서 A와 함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관련 자료를 출력해 압수합니다. 2유형 후속 절차도 유사합니다. 경찰은 A 사무실 현장에서 만든 복제본을 포렌식합니다. 그리고 포렌식본을 경찰서에서 A와 함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관련 자료를 출력해 압수합니다.
어느 방식이 A에게 가장 피해가 클까요? 당연히 1유형입니다. 경찰이 A의 컴퓨터를 가지고 갔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2유형입니다. A의 컴퓨터는 A사무실에 그대로 있긴 합니다만 컴퓨터 복제본에는 혐의 사실과 무관한 A의 사생활 자료가 많습니다. 노출되면 안 되는 영업비밀 자료도 있습니다. 별건 수사의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3유형은 가장 피해가 적습니다. A사무실에서 혐의 사실과 관련된 자료만 출력해서 압수했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컴퓨터와 같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3유형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 2유형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압수수색 영장에도 같은 취지의 기재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1유형 혹은 2유형을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3유형은 포렌식을 할 수 없어 삭제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둘째, 수사의 편의성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는 2유형이 제일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형사소송법 규정과 압수수색 영장 기재에 위배될 소지가 큽니다. 경찰이 1, 2유형으로 컴퓨터를 압수하겠다고 하면 형사소송법 규정과 압수수색영장 기재를 근거로 3유형으로 압수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선국 변호사] skkim@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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