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가 벤치마킹한 유럽 원전정책, 모두 탈원전에서 유지로 돌아서
산업과학 Construction,Science/에 너 지 Energy2019. 12. 7. 12:44
문재인 정부가 '벤치마킹' 했던 유럽…'탈원전'서 원전 유지로 돌아섰다
유럽의회, 原電 역할 인정 결의안
文정부가 '벤치마킹' 했던 EU
"온실가스 감축 위해 원전 필요"
美는 원전수명 80년으로 늘려
원자력발전 비중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던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 가동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원전의 수명을 80년으로 연장해 원전을 더 쓸 수 있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낮추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유지하기로 했다. 사진은 프랑스 남동부 마르세유 인근에서 가동 중인 크뤼아 메이스 원전. 한경DB
유럽의회는 2050년까지 유럽의 탄소 배출총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지난달 말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또 결의안 59조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역할을 할 수 있고, 유럽 전력 생산의 상당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EU가 기후변화 대응에 원전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결의안을 토대로 내년 초 기후변화 대책인 ‘그린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이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자 안전성을 이유로 원전을 축소하는 정책을 펴왔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 정책도 EU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지난달과 이달 초 잇달아 출범한 유럽중앙은행(ECB)과 EU 집행위원회의 새 지도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원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에 있는 터키포인트 3·4호기 원전의 수명을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했다. 원전 수명이 80년으로 연장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온실가스 줄이려면 원전 필수"…EU 새 지도부 '脫원전 포기' 결단
EU, 탄소배출 감축에'원전 역할'첫 공식 인정
유럽연합(EU)이 탈(脫)원전 방침을 접고 원전 가동을 유지하기로 한 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원전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전력 생산의 25%를 담당하는 원전을 섣불리 폐쇄했다가 2050년까지 ‘탄소 제로’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벤치마킹' 했던 유럽…'탈원전'서 원전 유지로 돌아섰다
원전 폐쇄 초안 삭제한 EU
유럽의회는 당초 기후변화 대응 결의안에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담을 예정이었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가 지난달 초 내놓은 결의안 초안엔 ‘안전하지도, 환경적이지도 않은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럽은 상업용 원전을 가장 먼저 개발했지만 탈원전도 앞장서서 추진해왔다.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만든 나라가 영국이다. 그러나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탈원전 정책을 도입했다. 원전에 반대하는 녹색당이 일찍부터 유럽 각국 의회에 진입해 목소리를 키워온 것도 탈원전 움직임을 부추겼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탈원전 정책은 더욱 힘을 받았다. 세계적 원전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도 원전 비중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국과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탈원전 정책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원전의 공포가 조금씩 사그라들면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을 이끄는 두 축인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새 집행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을 지난달 공식 탈퇴한 상황에서 유럽이 기후변화 아젠다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30년까지의 EU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까지 높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유럽의회도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당초 초안에 담겨 있던 원전 폐쇄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원전이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역할을 할 수 있고, 전력 생산의 상당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원전 가동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원전을 현실적 대안으로 선택
지난해 기준 28개 EU 회원국의 전력 생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에너지원은 석탄·석유·가스로 45.9%였다. 이어 △원자력(25.5%) △풍력(12.2%) △수력(11.8%) △태양광(4.0%) △지열(0.2%) 등의 순이었다. 풍력과 수력, 태양광 등 통상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에너지원은 28.0% 수준이다. 2016년(25.4%)과 비교해 2.6%포인트 확대됐다.
이런 추세라면 EU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2050년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EU는 현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 대비 30%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EU의 목표치는 55%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사업 비중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산업 비중 확대는 더디다는 것이 EU의 지적이다.
재생에너지산업이 취약한 대신 원전 비중이 높은 동유럽 국가들의 거센 반발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헝가리,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에선 냉전 시절 옛소련이 건설한 원전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국가가 적지 않다.
벨기에 최대 영자신문인 브뤼셀타임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과제로 내세운 EU는 현실적으로 당분간 원전과 결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런던=강경민/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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