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가장 큰 피해자 두산그룹, 두산건설 매각설 나와
[단독] 유동성 덫에 걸린 두산그룹, 두산건설 매각하나
1.5조 투입 불구 재무상태 악화
두산측 "사실무근" 부인
두산그룹이 계열사인 두산건설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두산그룹 측 경영진이 건설장비 및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A사 측 경영진과 만나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경영난에 빠진 두산건설을 지원해온 최대주주 두산중공업과 그룹 지주사 ㈜두산마저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더 이상의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강남 논현동 도산공원 사거리 인근 두산건설 사옥. 2013년 매각되어 임대로 사용 중이다./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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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두산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두산건설 발(發) 그룹 재무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5일 건설업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 측 경영진과 A사 측 경영진이 만나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비밀유지각서(NDA)를 작성하고 구체적인 가격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거론된 매각 금액은 4천500억원 내외다.
두산건설의 시가총액은 4천305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82.5%)의 시장가치는 3천550억원 수준이다. 상장회사의 경영권 매각은 통상 지분가치에 30~5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가정해 계산하면 두산 측의 제시금액이 나온다.
이에 대해 A사는 내부검토를 진행했다. 하지만 두산건설의 재무구조와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고 있지 않은 데다 내부자금력 역시 부족하다고 판단, 인수 불가능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양사 경영진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라며 "두산 측이 4천500억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두산건설→두산중공업→㈜두산으로 그룹 유동성 위기 '확산'
그동안 두산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에 빠진 두산건설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1조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두산건설의 실적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고 있지 않다. 더욱이 대규모 자본손실로 부실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앞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지난 5월 동시에 유상증자를 단행, 총 9천483억원을 조달했다. 두산건설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천200억원을 모았다. 두산중공업은 이 증자에 참여하고 또 두산건설의 차입금 상환 대금 3천억원을 지원했다. 두산중공업 증자에는 지주사 ㈜두산이 참여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산건설의 부실이 두산중공업에 이어 ㈜두산까지 그룹 전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계열사 역시 실적부진에 시달리며 현금창출력이 하락하며 동반부실 위험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두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중공업은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건설은 'BB/하향검토'에서 'BB-/안정적'으로 모두 하향 조정했다.
계속된 그룹 지원에도 회복 못하는 두산건설
문제는 이들의 지원에도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두산건설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2% 증가한 194억원을, 순손실은 1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줄였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개선은 인원감축과 유상증자 등 감축경영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분석이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7년 194.7%에서 2018년 552.5%로 큰 폭으로 늘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256.8%로 낮췄지만, 여전히 매우 높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반복된 순손실에 따른 자본여력 위축으로 2013년 이후 지속된 재무구조 저하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창출능력도 심각한 상태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천798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634억원 적자)와 비교해 4배 증가했다. 즉, 영업활동을 할수록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두산건설의 3분기 이자보상배율은 0.83으로 지난 2017년 3분기(0.67)보다 0.16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산그룹이 결국 건설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돼 왔다. 이번에 잠재 인수후보자에 인수의향을 타진하면서 본격 매물시장에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두산 측은 부인하고 있다. 두산건설 한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서는 들은 바 없으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양창균·이영웅 기자 yangck@inews24.com 아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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