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가오리 처럼 털어내는 표면 오염 방지 기술 개발/ 미래전 양상 바꾸는 '생체모방로봇(Biomimetic robot)' VIDEO: Biomimicry - Robots Inspired by Nature
가오리처럼 '웨이브 댄스' 추는 표면 오염 방지 기술 나왔다
빨래에 더러운 물질이 묻으면 손에 들고 털어 오염물을 제거한다. 바닷속에 사는 가오리 역시 표면에 모래 등 이물질이 묻으면 지느러미를 마치 '웨이브 댄스'를 추듯 펄럭여 털어낸다. 동물의 이런 행동에서 영감을 얻어 표면의 오염을 막는 독특한 오염 방지 기술을 국내 연구팀이 개발했다. 의료기기나 선박, 해양시설 등에서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막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정훈의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교수와 고한길, 박현하 연구원, 이상준 포스텍 교수팀이 자석에 잘 달라붙는 소재를 이용해 가오리 지느러미를 모방한 ‘움직이는’ 오염 방지 표면 소재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1월 30일자에 발표됐다.
미생물에 의한 오염방지에 활용
UNIST와 포스텍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가오리 지느러미의 동작을 모사한 인공근육과 피부의 모습이다. 자석을 이용해 자유롭게 휘어지는 동작을 구현해, 표면 주변에 다양한 흐름을 만들어 오염물 및 세균의 접근을 막는다. UNIST 제공
Undulatory topographical waves for flow-induced foulant sweeping Abstract Diverse bioinspired antifouling strategies have demonstrated effective fouling-resistant properties with good biocompatibility, sustainability, and long-term activity. However, previous studies on bioinspired antifouling materials have mainly focused on material aspects or static architectures of nature without serious consideration of kinetic topographies or dynamic motion. Here, we propose a magnetically responsive multilayered composite that can generate coordinated, undulatory topographical waves with controlled length and time scales as a new class of dynamic antifouling materials. The undulatory surface waves of the dynamic composite induce local and global vortices near the material surface and thereby sweep away foulants from the surface, fundamentally inhibiting their initial attachment. As a result, the dynamic composite material with undulating topographical waves provides an effective means for efficient suppre View full text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5/11/eaax8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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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표면은 늘 물이나 공기에 노출돼 먼지와 미생물의 오염에 노출돼 있다. 생물 중에는 이런 오염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연잎 등 일부 생물은 몸 표면의 미세한 구조를 이용해 오염물이 미끄러져 달라붙지 않게 한다. 매미 날기 역시 표면구조를 통해 미생물이 씻겨내려가게 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한 오염 방지 표면 기술은 널리 연구돼 왔지만, 표면이 마모되면 기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표면에 주름을 만들고 반복해서 주름을 변화시켜서 오염물을 제거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지만, 오염물을 떼어낼 수는 있어도 붙지 못하게 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꿔 표면의 특성이 아닌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오염 방지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웨이브 댄스를 추듯 펄럭이며 이물질을 터는 가오리의 지느러미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펄럭이는 움직임은 오염물을 단순히 털어내는 동작이 아니었다. 고 연구원은 “가오리는 지느러미 모양을 변화시키며 표면에 소용돌이 흐름인 와류를 형성시킨다”며 “와류가 오염물질이 지느러미 표면에 접근하게 막지 못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표면에 수평 방향으로, 마치 빗자루로 표면을 쓰는 듯한 흐름도 동시에 만들어 오염물을 쓸어내듯 제거했다.
가오리 지느러미를 닮은 오염 방지 기술의 움직임을 연속 촬영했다. 마치 웨이브 댄스를 추듯, 또는 파도가 전달되듯 움직임이 표면을 따라 전달된다. UNIST 제공
연구팀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우레탄 아크릴레이트로 인공 피부를 만들고, 그 안에 유연한 고분자 물질과 카르보닐철 입자를 섞은 인공근육을 만들어 가오리 지느러미의 움직임을 흉내냈다. 카르보닐 철은 자석에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 연구팀은 인공근육과 피부 위로 자석을 움직여 자석 위에 있는 인공근육이 이에 반응해 수축하도록 했다. 수축은 피부 표면을 따라 마치 웨이브 댄스를 추듯 전달됐고, 이에 따라 소용돌이 흐름과 표면을 빗자루로 쓰는 듯한 흐름이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인공근육의 수축량과 주기를 조절해 인공근육이 오염물을 가장 잘 제거할 수 있는 조건도 찾아냈다. 박 연구원은 “박테리아가 표면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 오염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훈의 교수는 “기존의 움직이지 않는 오염 방지 표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라며 “지속적으로 오염을 막아야 하는 의료기기나 해양구조체, 선박 표면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외부에서 물이나 공기의 흐름을 가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동아사이언스
벌새·딱정벌레 닮은 생체모방로봇 미래전 양상 바꾼다
3~4일 코리안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 열려
2013년 아프리카 케냐에 끔찍한 테러사건이 발생한다. 영국인과 미국인을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의 한 쇼핑몰을 급습해 무차별 총기난사를 가한 것이다. 총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무장단체의 핵심인물들을 쫓던 영국 합동사령부는 그들이 또 다른 테러를 준비하기 위해 케냐 나이로비 교외의 한 주택에 집결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를 막기 위해 영국 합동사령부와 미국 공군, 케냐 세 나라 군대가 합동 군사 작전을 펼친다.
군사 작전은 총격전이 벌어지는 기존의 양상과는 다르다. 총성이 들리기 보다는 벌새와 장수풍뎅이가 등장한다. 이 벌새와 딱정벌레는 실제가 아니다. 벌새와 딱정벌레를 모방한 소형 생체모방 로봇이다. 새와 벌레를 모방한 이 로봇들은 무장단체의 핵심인물들이 숨어있는 주택에 잠입해 영상을 촬영하고 도청하는 정보 수집 임무를 펼친다.
2016년 한국에서 개봉한 ‘아이 인더 스카이’란 영화 속에선 미래첨단과학기술군을 엿볼 수 있다. 벌새와 딱정벌레를 모방한 생체모방 로봇들이 군사작전의 주체가 된다. 유투브 캡쳐
조동일 서울대 국방생체모방자율로봇 특화연구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이 2016년 한국에서 개봉한 ‘아이 인더 스카이’란 영화를 통해 설명한 미래첨단과학기술군의 모습이다. 조 센터장은 이달 3~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19-2차 코리안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K-MSC)’에 발표자로 참여해 “한국 로봇 수준이 전세계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여러가지 상황을 탐지해 정보를 수집하고 아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로봇은 머지 않아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체모방 로봇은 동물의 구조나 거동 원리, 메커니즘을 모방한 로봇이다. 로봇이 수행할 수 없었던 동작에 대한 힌트를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쳐 동작 최적화를 이뤄낸 동물에게서 얻는다. 지난 5월 발표된 ‘국방생체모방로봇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군은 전장 상황에서 정보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2033년까지 뛰어오르거나 벽을 타고 오르는 5cm크기의 정찰용 생체모방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곤충과 조류 등 작은 동물들을 이용한 소형 생체모방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MIT에서 만든 생체모방로봇 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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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생체모방 무기체계 소형화’를 주제로 발표한 박훈철 건국대 KU융합과학기술원 교수는 “일반적 드론의 비행 효율을 1이라고 본다면 곤충의 비행효율은 그것에 8~12배에 이른다”며 “생물학자들이 곤충의 산소 소모량을 갖고 추정한 값이기에 단정할 순 없지만 곤충의 비행효율은 매우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집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생체모방 로봇은 정보 수집에도 유리하고 여러 개체가 임무수행을 하기 때문에 임무 성공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토대로 활발한 소형 생체모방로봇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비둘기를 모사한 정찰 로봇을 만들었다. 송비펑 중국 서북공업대 교수이 개발한 ‘도브 드론’은 무게가 200g에 최대 시속 40km 속도로 30분간 비행할 수 있다. 실제 비둘기의 움직임을 90% 모사해 도브 드론 옆에 새가 나란히 날아가는 경우도 관찰됐다. 중국정부기관 등 30개 기관에서 이미 도입해 사용 중이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11년 미국 무인항공기 개발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를 통해 벌새를 모방한 정찰 로봇을 만들었다. 무게는 19g, 양 날개 폭 16.5cm에 최고 속도는 초속 6.7m다. 실제 벌새처럼 제자리 비행과 전후진 비행, 회전 비행이 가능하다. 영국은 말벌을, 스위스는 박쥐를 모사한 정찰 로봇을 만드는 등 세계가 소형 생체모방로봇 연구에 한창이다.
왼쪽은 중국에서 개발한 도브드론이며 오른쪽은 미국에서 개발한 벌새 로봇이다. 중국 서북공업대∙에어로바이런먼트 제공
한국도 군사 정찰을 목적으로 소형 생체모방로봇을 개발 중이다. 조 센터장 연구팀은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 지난 9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곤충을 닮은 정찰로봇을 개발 중이다. 조 센터장은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판단형 정찰로봇을 제작하고 있다”며 “임무만 입력시키면 로봇이 스스로 주변 상황과 돌발변수를 파악하고 대처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KAIST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도 2012년 공벌레를 모방한 정찰로봇을 만들었다. 몸길이 15cm인 이 로봇은 공벌레처럼 몸체를 둥글게 말 수 있으며 초당 45cm의 속도를 가졌다.
생체모방 로봇은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미래 전장 판도를 뒤바꿀 ‘10대 차세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서 총장은 이날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첨단과학군 건설을 위한 육군의 추진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생체모방 로봇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양자기술,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10대 차세대 게임체인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교육사령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함께 국방 관련 기관이 미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K-MSC를 매년 전후반기 개최할 계획이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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