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부동산 규제정책 ‘위헌 가능성’ 제기..."부작용 심각한 수준"
건설업계 "정부, 집값 못잡자 法 위반 무리한 상한제 카드"
"민간 상한제 위헌 소지"…첫 공식 문제제기
법조계 "소급적용 위헌 소지 커"
정부 "절차적 문제 없어" 반박
"중복과세 재초환도 위법 소지
현 이익은 불명확" 지적
건설업계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정책에 대해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대응에 나선 것은 연이은 고강도 규제책에 따른 주택공급 위축, 청약경쟁 과열 등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까지 다다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즉 정부가 잇따른 규제로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지 못하자 법률 위반 소지를 감안 하면서까지 무리한 규제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상한제 확대 등 정부의 규제정책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취한 조치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상한제 등은 공익을 위한 부동산 정책으로 절차적 문제가 없고 이에 따른 피해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급적용, 공익 달성 VS 위헌 소지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두 기관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현행법 위반 가능성과 실효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화우가 우선 지적한 문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까지 포함해 소급 적용하도록 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기형규 화우 변호사는 “위헌의 소지가 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소급 적용은 법령 개정 전 시작됐지만 현재도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법률관계에 대한 개정안(주택법 시행령) 추진이어서 ‘부진정 소급입법’에 해당한다. 입법이 가능한 사례지만 이 경우에도 입법으로 인한 ‘공익적 목적’이 개인의 신뢰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붙는다는 설명이다. 기 변호사는 “정비사업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당시를 기준으로 일반분양가를 계산해 조합원 분담금을 산출하고 사업 수익을 예상해 사업을 진행한다”며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조합·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공익적 목적보다 개인의 재산권을 더 침해하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에 대해 반론도 있다. 국토부의 다른 관계자는 “법률적 유권해석을 통해 ‘부진정 소급’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헌법상 허용되는 상황이라는 뜻”이라며 “과도한 분양가로 주변 집값이 올라가고 이렇게 올라간 집값이 또 분양가와 집값을 끌어올리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개인의 이익을 제한한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도 “가격 결정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수준의 이윤은 보장하고 있어 개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원가 절감을 통한 이익 창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기과열지구 상한제 지역 지정도 문제
세미나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법에서 정한 위임된 권한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택법 제58조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해제와 관련해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에 한해 주거정책심의위를 거쳐 국토부가 적용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시행령을 개정해 ‘투기과열지구’를 상한제 대상 지역의 기준으로 바꿨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는 청약경쟁률이 높거나 분양 감소, 사업 승인 실적 저조로 주택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곳 등이 기준이어서 ‘물가상승률이 현저히 높은 지역’에 대한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 변호사는 “적용 지역 지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해 시행령을 개정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의 한 관계자는 “관계 법령을 근거로 명확한 기준에 따라 지정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론했다. 다만 상한제 회피 방식으로 거론되는 ‘통매각’에 대해서는 인가가 아닌 신고로 충분하지만 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 전까지만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법률적 위반 소지도 나왔다. 재초환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인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부과세와 성격이 겹치는 ‘중복 과세’이면서도 납부 후 아파트 값이 떨어져 손해를 보게 돼도 구제책이 없다는 점이다. 집을 팔지 않으면 주변 집값이 올랐어도 실현된 이득이 없는데 ‘미실현 이익’을 어떻게 계측할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건산연은 분양가상한제가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하고 청약과열 경쟁 등 부작용을 촉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윤경 건산연 주택도시연구실장은 “공급 감소가 불가피하고 현재 주택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분양가 규제의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분양시장 초과수요 촉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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