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 한국 ‘원전 두뇌’들의 엑소더스(Exodus)
文정부 탈원전 밀어붙이기에 가속화하는 ‘인재 엑소더스’
올 3大 공기업 자발 퇴사 91명
2년간 264명…전보다 55% ↑
연구기관·대기업 이탈도 심각
‘공든 탑이 무너진다!’
이공계 고급 인력의 집결지인 원자력 분야 인력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원전 두뇌’의 엑소더스(Exodus·탈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조기폐쇄 반대” 원자력노동조합연대 회원들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유섭(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내 3대 원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국전력기술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3곳 공기업의 자발적 퇴사 인원은 모두 91명으로 집계됐다.
한수원에서 63명, 한전KPS에서 20명, 한전기술에서 8명이 빠져나갔다. 특히 3곳의 원전 공기업에서는 이번 정부 출범 후인 2017∼2018년에만 264명이 스스로 짐을 싸 직장을 떠났다. 직전 2년(2015∼2016년, 170명)과 비교하면 55.3%나 급증한 셈이다. 이들 중 일부는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 등 해외 원전 기업으로 이직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이를 두고 ‘원전 인력 해외 수출’이라고 강변하지만 ‘유출’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관리로 업무 강도가 높아진 데다 탈원전 정책으로 조직의 사기가 많이 침체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전 관련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 대기업의 인력 이탈도 심각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간 80∼100명의 퇴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10년 이상 경력 보유자다.
원전 핵심 기자재인 원자료와 터빈발전기 제조사로,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2017∼2018년에 8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두산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2016년 2325명이었던 조합원은 올해 1897명으로 대폭 감소(-18.4%)했다. 올해 전 직원 6000여 명 가운데 과장 이상 직원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순환 유급휴직을 시행했고 지난 22일 인사에서는 임원 65명 중 13명에게 사실상 퇴사 통보를 했다. 3년 전 120명이 넘던 임원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을 떠나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등 관계사로 전출한 직원들도 올해 250여 명에 달한다.
박수진·곽선미 기자 문화일보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