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만 할꺼니?] 두 갈래로 나뉜 건설업계의 사업전략..."누가 웃을까"
산업과학 Construction,Science/업계동향 Business Trend2019. 11. 20. 10:14
사업다각화 vs 주택올인으로 엇갈린 건설 전략… 누가 웃을까
건설산업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려는 건설업계의 사업전략이 두 갈래로 나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주택건설 경기가 침체했지만 그래도 주택사업을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는 회사가 있는 반면, 주택만으로는 어렵다며 사업 다각화에 나선 회사도 있는 것.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 현산)은 그동안 건설 이외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HDC현산은 2006년 영창악기를 인수한 데 이어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시장에 진출했다.
건설업계 사업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주택사업에 여전히 중점을 두는 회사가 있는 반면 건설업 이외 분야를 개척하는 회사도 있다. /조선일보DB
건설업 이외의 분야로 발을 넓히던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건설업이 아닌 신사업이 회사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게 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앞으로 모빌리티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사업 영역 확대를 공언하기도 했다.
중견건설사 중에서도 건설 이외 분야로 발을 넓히는 회사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양을 자회사로 둔 보성그룹이다. 보성그룹은 최근 LG CNS와 손을 잡고 스마트시티 등 ICT 도시개발과 스마트 건설 사업에 진출한다. 두 회사는 공동으로 자본을 출자해 합작회사를 연내 설립할 예정이다.
보성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한양은 전남 영암·해남에 조성하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솔라시도에 태양광 사업을, 전남 여수 광양만 묘도에 액화천연가스(LNG) 허브 터미널을 조성하는 등 에너지사업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은 해외건설 비중을 줄이면서 에너지사업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대림산업은 2013년 대림에너지를 설립해 경기도 포천에 포천복합화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또 호주 퀸즐랜드주와 미국 미시간주 등에서도 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림에너지는 3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9% 늘어난 87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최근에는 미국 가스복합사업, 칠레 태양광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본업 이외의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주택에 집중하는 회사도 있다. 택지를 사들여 주택을 지어 파는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이 그런 회사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은 공공택지를 매입해 집을 짓고 분양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계열사인 티에스주택을 통해 지난달 인천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B13블록을 낙찰받았고, 같은 달 호반건설은 청주 동남지구 공동주택용지 B8블록을 획득했다. 중흥건설은 자회사인 새솔건설을 통해 10월 파주 운정3지구 A9블록을 낙찰받았다. 우미건설 역시 우미글로벌을 통해 이달 부산 장안지구 공동주택용지와 10월 파주 운정3지구 A33블록을 샀다.
이들 회사는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해외 개발에 관심을 두는 등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지만, 사업의 중추는 주택사업에 두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과 중흥 등은 해외건설에도 눈을 돌리지 않을 정도로 주택에만 집중하는 기업들"이라면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된 방식으로 사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어느 전략이 정답인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건설업에 집중한 회사나 사업다각화에 나선 회사 모두 위기를 맞은 사례가 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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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풍림산업이나 극동건설, 우방, 월드건설, 남광토건, 청구, 현진건설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 경기 침체로 고꾸라졌다. 1993년 주택 분양 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우성건설은 우성유통을 비롯해 리베라백화점, 타이어 생산업체 우성타이어, 호텔·콘도업체 우성관광, 조립식 자재생산업체 우성공영 등을 통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1996년 부도를 맞았다.
결국 국내외 경기를 모두 감안해 살림을 꾸려야 하고, 본업을 해칠 정도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금기라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건설산업의 비중이 커지긴 쉽지 않다"며 "미래에 닥칠 상황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이 사업다각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연관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건설업의 전통적인 개념을 깨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건설 담당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택사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 탓에 사업다각화를 고민하는 시도들이 있지만, 과도한 투자는 오히려 회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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