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줄어든 건설업계...내년에도 '보릿고개'..."예산 터무니 없이 부족"
건설업계 내년도 '보릿고개'… "SOC 예산 늘려야"
일감이 줄어든 건설업계의 ‘보릿고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서울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감소하는데다 지방 주택시장도 침체한 영향으로 민간 중심으로 수주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건설업은 물론 건설 관련 회사인 건자재·가구업체 등도 한계기업에 내몰리는 곳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2%와 2.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KDI는 지난 5월 전망치보다 올해는 0.4%포인트, 내년은 0.2%포인트를 낮춰잡았다.
민간연구기관의 전망은 이보다 암울하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특히 건설투자 성장률은 마이너스 2.7%로 예상됐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 2% 달성이 의문이라고 봤다.
건설업계가 내년에도 수주 보릿고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박길우
건설투자는 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성장률이 괜찮게 나왔던 것은 반도체 호황과 더불어 건설투자가 늘어난 영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투자가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민간 활력을 높이는데 건설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내년 건설업 전망은 어두운 상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일 낸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6% 감소한 14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부터 4년째 건설수주 감소가 이어진다는 예측이다. 게다가 내년 수주 전망치는 2014년(107조5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건산연은 민간수주가 전년보다 12.3% 감소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특히 주택 수주의 경우 입주물량 과다, 거시경제 부진,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1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산연은 "건설투자 기준으로 2018년 하반기에 불황국면으로 진입한 건설경기는 2020년에도 안좋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SBI) 전망치는 74.3으로 전달보다 9.2포인트 내렸다. 상한제로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어려워질 것으로 본 건설사업자들이 많은 탓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83.9로 전달보다 14.5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추후 건설업계의 실적이나 재무안정성도 보장할 수 없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10월 낸 ‘건설업체 한계기업 동향분석 및 특징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대상이며 최근 3년치 실적을 공개한 1433개 건설사 가운데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한계기업은 146개로 2016년보다 24.8% 증가했다.
중앙일보/향이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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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대형건설사도 더러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당장 두산건설(0.74), 한진중공업(0.14) 등이 이에 해당하고, 한라(1.4)도 위험 수준에 와있다.
건설산업 침체는 관련 산업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 이미 건자재와 가구 업계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인테리어사업을 하는 KCC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4% 감소했고, 한샘의 3분기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30.3% 줄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내년에도 뚜렷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원은 "건설경기 내림세가 2020년까지 지속하는 이유는 민간부문 건설경기가 주택을 중심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공공부문의 완충 역할이 과거와 달리 미흡하고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건설경기 경착륙을 방지하고, 거시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국회가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015년 수준인 25조원 내외로 증액해 의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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