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더니 또다시 재발한 ESS 화재...왜 자꾸 반복되나?
원전 멈추고 태양광 늘리더니...에너지 저장장치(ESS) 화재 멈추지 않아
27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림면 장방리 한 태양광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이나 7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배터리를 공급한 회사는 삼성SDI (228,000원▼ 1,500 -0.65%)였다. 화재의 원인은 다른 ESS화재와 마찬가지로 밝혀지지 않았다. 화재가 난 시설은 지난 22일 실시된 합동점검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ESS는 날씨 변화에 따라 전력 생산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풍력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또는 값싼 심야시간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지난 6월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ESS 화재 사고 원인 조사 결과와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만 ESS 화재가 5번 발생했다.
27일 김해 태양광발전설비 ESS에서 발생한 화재/경남소방본부
ESS 배터리 업체들은 미래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ESS의 사업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원인모를 화재가 이어지자 당혹해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면서 ESS가 늘어나는 동안 관리를 소홀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대책 발표 후에도 여전한 ESS 화재..."태양광 졸속 추진 여파"
2017년부터 8월부터 현재까지 ESS 설비화재는 총 28건이다. 28건의 화재 중 78%(22개)는 풍력 또는 태양광과 연계된 ESS 시설에서 발생했다. 이어진 화재로 지난 6월 정부가 사고 원인 조사와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5건의 화재가 더 났다.
특히 정부 발표후 발생한 5건의 화재는 모두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된 ESS 시설에서 발생했다. 강원도 평창(9월24일) 화재는 풍력발전소와 연계된 ESS에서, 충남 예산(8월 30일)·경북 군위(9월29일)·경남 하동(10월21일)·경남 김해(10월27일)에서 난 불은 태양광과 연계된 ESS에서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ESS 설치에 따른 보조금을 늘린 결과 구체적 지침 없이 짧은 시간에 ESS 설치가 급증한 점을 꼬집는다. 실제로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7~8% 수준에서 2040년 30~3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후 ESS는 우후죽순 늘었다. 실제로 2016년 274개였던 ESS 설비는 지난해 1490개로 급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ESS에서만 유독 불이 나는 것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급속히 추진하면서 경험이 부족한 ESS 설치, 관리, 운용자들이 많아진 영향도 있어보인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ESS를 구성하는 리튬배터리, EMS·BMS(에너지·배터리관리시스템), PCS(전력변환장치) 설치 위치에 따라 정부 지침이 마련되어 있고 날씨 상황에 따른 ESS 사용 지침도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운영, 관리 지침은 세우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몰두했다"고 말했다.
원인 밝혀지지 않은 상황서 ESS 배터리 업체 당혹..."미래 신성장산업 다 놓칠라"
정부가 명확한 화재 원인이나 책임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ESS 화재가 이어지자 ESS 배터리 업체들은 난처하다. 정부는 앞서 ESS 사고원인을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제조‧설치‧운영 등으로 결론지었다. 배터리 자체의 문제라고 발표한 것이 아닌, ESS 관련 업계를 아우르는 애매한 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ESS 배터리 업체들은 자체 ESS 안정성 강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김해 태양광발전설비 ESS 발생 화재/한국경제
edited by kcontents
지난 14일 삼성SDI가 1500억~2000억원 가량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특수소화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LG화학도 같은 날 화재 확산 방지 제품을 출시해 화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설치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전영현 사장은 일주일도 안된 지난 23일 울산사업장에서 화재 확산 차단용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한 ESS 모듈 화재 시험을 진행한 후 "배터리 관련 화재가 발생해도 거의 100%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추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SS는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다중장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설치와 관리가 중요한데 비난의 화살이 배터리 업체에만 쏠리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ESS 화재로 데이터가 대부분 날아갔거나 처음부터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아 정부가 명확한 화재 원인을 못찾는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업체는 국내 ESS 생태계가 치열할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ESS 수주가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LG화학은 지난 25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국내 ESS 매출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된다"고 했다.
안상희 기자 조선비즈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