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 급락..."국내 신재생 시장 기우뚱"
REC 추락...국내 신재생 시장이 흔들린다
REC 가격 하락이 심화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시장 사업자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장기전 형세를 띄면서 산업 전반에 팽배한 위기감이 짙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대비가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1월만 해도 16만원대를 기록했던 현물시장 REC 가격은 최근 4만원대로 진입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22일 REC 육지 평균가격이 4만9523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지노선으로 인식됐던 5만원선이 무너지자 사업자들은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최근 ESS 화재 악재를 겪은 ESS 관련 사업주들의 타격은 더 크다. 모 ESS 업체 대표는 “지난해부터 연이은 화재에 REC 가격 하락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면서 “정부가 이를 위해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방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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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태양광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REC를 발급받는다.
이렇게 발급받은 REC는,판매가 가능하며.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사업자 본인이 수익성과 선호도를 판단해 하나를 선택하시면 된다.
현물시장 이용
고정가격계약
공급의무자 직접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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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넘친다 ... REC 살 사람은 없어
REC는 왜 자꾸 떨어질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공급초과’가 먼저 꼽힌다. REC를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은 적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국에너지공단에 “2018년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량은 2370만 REC 수준인데,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2700만 REC 수준으로 초과 공급됐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공급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가격 폭락을 이끈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발전사들이 RPS를 이행한 양, 즉 REC 구매량을 살펴볼 때 이미 97~98% 수준으로 의무량 이행을 거의 마친 상태”라면서 “사실상 새로운 RPS 의무이행 목표가 제시되는 내년 2월까지 REC 가격이 오를 유인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REC를 더 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어 “지금 일어나는 REC 매매는 의무이행사들이 내년분 RPS 의무 이행을 위해 미리 REC를 사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REC 물량이 초과된 것은 1차적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꼽히는 것은 바이오매스 혼소 설비에서 나오는 REC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석탄과 바이오매스 연료를 함께 태우는 바이오매스 혼소에서 나오는 REC의 양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한다. 석탄화력 설비를 갖고 있는 발전자회사들이 REC 의무이행을 위해 바이오매스 혼소 발전을 확대하면서 직접 REC를 자체 생산했다는 것이다.
기존 석탄발전 설비에 일부 설비를 더해 석탄과 함께 목재펠릿 등을 섞어 태우면 REC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REC를 더 값싼 가격에 얻을 수 있다.
발전 5개사의 바이오매스 혼소 REC 발급은 2012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12년 17만2117REC가 바이오매스 혼소 발전으로 발급됐다면 2018년에는 299만0956REC가 발급됐다. 17배 가량이 늘어난 숫자다.
이를 놓고 김성환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바이오매스 혼소 REC에 일몰제를 도입하는 등 혼소 물량의 공급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업계는 최근 연료전지 등 이용률이 높은 설비의 증가도 REC 시장의 공급 초과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같은 용량의 설비더라도 15% 내외의 이용률을 갖는 태양광 설비와 이용률 70%를 상회하는 연료전지의 REC 발급량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에서는 태양광과 비 태양광 등의 에너지원 별 REC 시장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피해는 중소규모 사업자에 집중
현물시장의 하락세는 곧바로 중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대규모사업자(1MW 이상)는 의무이행사와 REC 공급 계약을 맺는다. 그렇지만 중소규모 사업자(100kW~1MW) 사업자는 절반 이상이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100~10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3699개 중 2111개가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매하고 있다.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100kW~1MW 전체 발전소(약 1926MW)의 절반에 해당하는 965MW 가량이다.
100kW 미만 태양광 발전소까지 합치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1MW이하 규모 태양광 발전소 설비 용량은 전체의 88%가량을 차지한다.
현물시장 REC 가격 하락은 태양광 산업 전반 자체를 흔든다. 전체 태양광 발전사업 시장에서 소규모, 중소규모 사업자가 전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해서다. 공단에 따르면 전체 태양광 발전소가 3만 4800개인데, 이중 소규모사업자(100KW 미만), 중규모사업자(100~1000KW)는 3만 4157개로 98%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REC 하락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현물 시장에서 거래하는 REC를 계약시장으로 일부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에너지공단이 매년 2회 실시하는 고정가격(SMP+REC) 경쟁 입찰용량을 기존 350MW에서 500MW 규모로 늘린 것이다. 중소규모 사업자들이 단기 거래 시장인 현물시장이 아닌 장기계약 시장에서 REC를 매매하도록 기회를 확대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장기고정가격계약 100MW를 늘리면 해당 시장에서 약 13만REC의 REC 수요가 생긴다고 봤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단기적이라는 점은 한계다. 당장 2019년 공급초과 REC 양(543만REC)을 살펴봐도 13만 REC를 늘리는 것으로는 공급 초과 분을 모두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국형 FIT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자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해당 제도는 신규 사업자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올해 말까지는 한시적으로 제도 기준에 충족하는 기(旣)사업자도 한국형 FIT 추가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제도 가입이 가능한 대상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30kW 미만 태양광 발전설비, 농어업인・축산인・협동조합(5명 이상)이 운영하는 100kW 미만의 발전설비다. 한국형FIT 대상 설비는 별도의 현물시장 입찰 없이 정부 고시 가격으로 20년 동안 장기계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국형 FIT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공단 측은 “한국형 FIT 제재를 일시 해제하고서 하루에 300개 사업자가 한국형 FIT를 신청하는 등 현물 시장에서 계약시장으로 들어오는 사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은 있나 ... 우선 ‘의무이행량’ 높여야
REC 가격 하락에 따른 유력한 대안은 의무이행량을 높이는 것이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해 RPS 의무비율은 6%로, 2017년부터 매년 1%p씩 오르고 있다. 현 시행령에는 의무비율이 2023년 10%까지만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의무비율 상향 조정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량이 높아진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어서다.
에너지공단은 RPS 의무비율을 2020년(현재는 7%)부터 0.5%씩 상향할 경우 약 240만 REC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의무비율은 RPS 고시 개정으로 가능하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의무비율을 빨리 상향해야 재생에너지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면서 “현재 의무비율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20%라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목표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상향조정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의무비율 향상이 수요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 카드를 쉽사리 내놓지는 못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잘못하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장 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의무비율을 높인다면 시장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관련한 사항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실 재생에너지 비용이 낮아졌다는 자체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이 점점 저렴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2주년 성과 포럼에서 “예전에 10만원선이었던 REC 가격은 최근 5만원 선으로 떨어졌다”면서 “장기계약 구매 비용도 점차 떨어지고 있는데 소비자 측면에서는 당연히 좋은 것이므로 (사업 위기를 겪는) 공급자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응이 새롭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kimyj@electimes.com 전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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